백악관 “현행 이민제도, 美안전 위협”…다카 폐지 강행(종합)

방성훈 기자I 2018.01.17 11:45:43

백악관, 이민자-테러 연관 보고서 발표
트럼프 “테러 유죄 판결 4명중 3명이 외국 태생”
민주당·시민단체 “입맛대로 통계 짜집기…허위 보고서”
법무부, 다카 폐지 강행 시사…"연방법원 항소·대법원 심리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차예지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지소굴(shithole)’ 발언으로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현행 이민법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이민자들과 테러의 연관성에 대한 11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2016년 12월 31일까지 약 15년 간 미국에서 테러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다수가 현행 이민 프로그램인 비자 추첨제를 통해 입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15년 동안 테러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549명 중 402명(약 73%)이 해외 태생이었다. 또 절반 가량인 254명(약 46%)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95명 중에선 148명이 외국에서 태어난 뒤 시민권을 획득했으며, 147명은 미국에서 출생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15년 동안 미 이민당국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추방한 인원은 총 1716명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은 “현행 이민 시스템이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서 “테러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4명중 3명이 외국 태생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무작위 추첨 로또 방식의 이민 제도를 없애고 ‘메리트(성과)’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도 트위터에 “나는 대통령으로서 우리를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사람들, (이른바) ‘메리트(성과)’ 시스템에 기반을 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길 바란다”며 “더 이상 로또는 안된다!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적었다. 미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만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자 추첨제는 가족 초청이나 취업 이외의 방법으로 미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영주권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또라고 비유한 이유다. 반면 메리트 시스템은 이민 신청자들의 학력과 경력, 언어구사력 등 미국에 대한 기여도 및 성과를 보고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보고서가 트럼프 행정부의 입맛에 맞게 구성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테러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해외 태생 402명 중 현행 이민제도인 비자 추첨제를 통해 입국하게 된 인원이 몇 명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아울러 같은 기간 미국인에 의해 발생한 테러가 몇 건인지도 빠져 있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해 의회 증언에서 미국인에 의한 테러 약 1000건을 조사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는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가 벌인 것과 비슷한 규모라고 NYT는 설명했다. 또 지난 해 5월 FB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49건 중 26건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이슬람교관계위원회를 포함한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결함이 있을 뿐더러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보고서”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은 “이슬람권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신화를 보여주기 위해 멋대로 자료를 가공했다”면서 “정부가 거짓 추론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고 권한과 시민들의 자유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카토연구소의 이민정책 분석가 데이비드 비어는 “보고서가 테러 관련 범죄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국무부 자료를 보면 40%는 사소한 절도나 아동 음란물 관련 범죄 등으로 테러와 무관하다”며 “9·11 테러 이후 테러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는 35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제도(다카·DACA)’ 폐지도 강행하기로 했다. 다카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인 만 16세 미만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로, 이 역시 백악관이 밝힌 ‘현행’ 이민 시스템의 범주에 속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해 9월 다카를 폐지하고 관련 절차를 중단시켰으나,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카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미 이민당국은 지난 14일부터 다카 신청서 접수를 재개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다카 폐지를 일시 금지토록 한 연방법원의 결정에 대해 연방대법원에 즉각 심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심리 요청과 별도로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결정에 항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후폭풍을 우려한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다카 프로그램에 속한 80만여명의 청년들은 “우선 추방 대상이 아니다”라며 여론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 이후 미 이민 제도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격화됨에 따라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 우려도 재차 커지고 있다. 연방예산 처리 시한은 오는 19일까지다. 하지만 민주당이 원하는 다카 예산과 공화당이 원하는 멕시코 국경장벽건설 예산을 함께 통과시키자는 ‘패키지 딜’ 논의가 멈춰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일괄 사면과 국경 치안을 가지고 정부를 셧다운 하려고 한다”며 민주당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그는 지난 14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다카는 아마도 죽었다. 민주당 인사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다카를) 논하면서 우리의 국방예산 채택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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