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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군의문사 배상, 가혹행위 군인 아닌 국가 책임"

성세희 기자I 2016.06.14 12:00:00

군대서 가혹행위 등으로 사망한 군인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勝
정부, 가혹행위 당사자였던 군인에게 구상금 청구
대법 "군대란 특수 상황 고려…해당 군인에게 구상금 청구 못해"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대법원이 군의문사 배상금을 전직 군인 등에게 청구하려던 정부의 움직임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국가가 이모(61)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14일 밝혔다.

구상금 청구소송은 채무를 대신 갚은 사람이나 기관이 채무당사자에게 반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뜻한다.

1979년 8월 당시 하사 고모(59)씨는 상병 심모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총을 쐈다. 당시 소대장인 이씨를 비롯한 군 당국은 고씨 범행을 은폐하려고 심씨의 사망을 자살로 위장했다. 당시 군은 “경계근무를 서던 심씨가 처와 부모간 갈등을 비관해 자신의 소총으로 자살했다”는 보고서를 거짓 작성했다.

심씨 유족은 군 발표 내용이 석연치않다고 생각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가 2008년 이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 심씨가 고씨 총에 맞아 숨졌다는 진상규명결정을 내렸다. 국가보훈처는 이듬해 심씨 어머니인 박씨 등을 지원순직군경 유족으로 등록하고 유족 보상금을 지급했다.

박씨 등 심씨 유족은 그해 3월 “심씨가 복무한 군부대 관계자가 심씨 사망 원인을 조작하고 은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은 유족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국가에 손해배상금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고씨 등 이 사건을 은폐한 군 관계자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인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우진)는 “이씨가 정부에 약 280만원을 갚으라”며 정부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정부가 이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국가가 안모(73)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65년 9월 당시 선임하사였던 안씨는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고모씨를 상대로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구타했다. 고씨는 안씨가 휘두른 주먹에 가슴 부위를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군 당국은 안씨 구타 사실을 숨기려고 유족과 윗선에 고씨 사인을 ‘심장마비’로 보고했다.

그러나 고씨 유족 등은 진상위에 고씨 사인을 재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진상위는 당시 관련자를 조사해 2009년 “고씨가 안씨 구타로 숨졌다”는 진상규명결정을 내렸다. 고씨 유족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배상금 약 2억2000만원을 받았다.

원심인 서울고법과 달리 대법원은 이번에도 이씨 사건과 같이 안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씨나 안씨가 상명하복이란 수직적인 군 부대 특성상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군 사망사고 원인을 은폐했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지휘체계상 선임하사였던 안씨가 중대장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씨 죽음을 은폐한 대상이 아닌 안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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