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부실의 주 요인으로 꼽히던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26일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관리)를 신청했다.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관련 서류를 심사해 정리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웅진그룹은 최근 ‘건설통’인 송인회 극동건설 회장을 내보내고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정훈 전무를 선임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섰지만, 몰려드는 유동성 위기의 파고를 결국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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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은 2007년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하면서 채무가 늘었는데 건설경기가 악화돼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그룹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해 28개 계열사 중 이익을 낸 곳은 웅진코웨이·웅진씽크빅뿐이었다.
앞서 그룹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윤 회장은 알짜배기 회사 웅진코웨이(021240)의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로 지난 8월 ‘웅진코웨이’ 매각을 마무리했다. MBK파트너스(PEF)에 넘긴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1조 2000억원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예정이지만, 넉넉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웅진그룹의 총 차입금은 1조8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2740억원이다. 내년에는 차입금이 좀 더 늘어나 3월 5000억원, 6월 6240억원 등 약 1조4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극동건설이나 웅진에너지 등 자회사 지원을 위해선 부채 일부만 상환하거나 추가 차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윤 회장은 코웨이가 나간 자리에 태양광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에 두고 건설에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최근 궤도를 급변경했다.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키우겠다던 계획을 전면 수정, 태양광 사업부문 계열사인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룹을 살리려면 건설 경기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살아나야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 두 사업이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최근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웅진식품의 매각설까지 돌고 있다. 그룹 측은 웅진식품을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라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가야농장’을 인수한 후 농업·식품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동부그룹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매각만으로는 근원적인 재무개선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부 계열사를 더 정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계열사 매각을 잇달아 결정한 윤 회장이 그룹의 최대 위기 속에 일단 현실에 집중,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