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 수단으로 환율 보복 법안을 추진 중인 미국 의회가 새 카드를 들고 나와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찰스 그래슬리 미 상원 재정위원회 위원장과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은 `환율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 국가들에 새로운 방식의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이 법안은 특히 미 재무부에 `환율 조작국` 지정 범위를 확대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향후 미 정부가 중국에 보다 강력한 조치 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래슬리-보커스 법안의 상정에 앞서 `중국산 제품에 27.5%의 보복관세 부과하는 법안`을 상정했던 찰스 슈머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오는 9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상정된 법안이 중국의 환율 개혁을 이끌어 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 법안 `환율 불균형` 용어로 환율 조작국 범위 확대
그래슬리와 보커스 의원은 미국과 `환율 불균형(currency misalignment)`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에 새로운 불이익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슈머-그레이엄 법안이 `관세 부과`를 통한 보복에만 초점을 맞춰 자칫 미국 경제에도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반면, 새 법안은 제도적인 불이익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기본적인 차이다.
특히 그래슬리-보커스 법안은 `환율 불균형`이란 보다 광범위한 용어를 도입해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현행 법률 하에서는 `경쟁을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평가절하하는 국가`에 한해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새 법안은 해당 국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재무부가 환율 불균형 국가를 색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슬리-보커스 법안은 이 밖에도 미 재무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해 환율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안은 지적된 나라들이 6개월이 지나도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미 정부 대출보증과 일부 정부지원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을 제한하는 한편 IMF 의결권 확대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래슬리와 보커스 의원은 이번 법안이 미국의 최대 수출 장벽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202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 나가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복관세 법안` 표결은 새 법안 상정에 이어 9월까지 유보
28일 슈머와 그레이엄 의원은 그동안 강행 방침을 밝혔던 대중국 보복관세 법안에 대한 표결을 오는 9월29일까지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그래슬리-보커스 법안이 `더 균형적(more balanced)`이란 평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슈머 상원의원은 이날 아침 존 스노 재무장관과 만난 후 "여러가지 진전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핵무기(보복관세 법안)`에 불을 당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날엔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도 표결 유보를 요청했었다.
슈머와 그레이엄은 본래 중국이 위안화를 크게 절상하지 않을 경우 일부 중국 제품에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상정, 오는 31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한편 인민은행의 리 차오 대변인은 28일 위안화의 `즉흥적인 절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날로 강력해지고 있는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미-중간의 환율 갈등은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리 대변인은 무역 불균형의 주요 원인은 중국과 미국 간 저축률 차이 때문이며, 이는 단순히 환율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저축률이 높고 미국은 극도로 낮아 불균형 문제를 낳고 있다"며 위안화 절상을 통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응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