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보폭은 좁아졌지만 29일도 변함없이 사상최고치다. 1200포인트선도 차근차근 무리없이 밟아가고 있다. 발에 채일 돌부리 하나 없는 아스팔트 길이다.
투신은 6일연속 8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수했다. 역시 적립식펀드의 힘이다. 1200포인트 돌파를 전후로 그동안 긴가민가했던 자금들도 속속 들어오면서 상승세는 여전히 거침없다. `이번엔 정말 뭔가 다른가보다`라며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수급 앞에 장사는 없다. 펀더멘털도 점차 회복되고 있고, 악재가 잠잠해졌다지만 결국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돈이 요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동력이다.
당분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 자체도 주가 전망을 밝게 한다. 너도나도 적립식펀드에 드는 분위기야 말로 향후 주가를 점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다.
결국 요즘 장을 `기관화 장세`라고 하지만 개인들이 매달 일정금액을 차곡차곡 불입하고 있으니 좋게 해석하면 개인이 만든 장세라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투신 외에 은행이나 증권사 등 다른 기관 주체들의 경우 순매수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의 상품에 돈을 맡긴다면 결국 스스로 선택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기관의 대량매매로 유동화 역시 쉬워지니 일석이조다. 투자의 정석인 `가치투자`에도 딱 들어맞는 구조다.
그러나 1200포인트 이후 달라진 것은 또 있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소극적인 태도다. 무조건 기관으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능사는 아니다. 기관입장에서는 투자 상품인 만큼 수익률을 일부 확보하고, 다시 괜찮은 주식을 사려면 간간이 차익실현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외국인이 랠리를 이끄는 사이 기관은 주식비중을 늘리지 않고 차익실현에 열중햇다. 최근 강세장에도 불구, 일부 기관에서는 일단 자체 주식운용자산을 현금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8월에는 외국인이 파는 동안 기관이 저가매수를 노렸다. 9월도 양상은 비슷한다. 기관이 사는 동안 외국인은 지난 7월이후 2조원까지 늘렸던 순매수 규모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대개 투신권이 매월 상순을 전후로 차익실현을 병행하는 사이 외국인이 적절히 매물을 소화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초 외국인의 행보 역시 중요하다.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니 오르는 주가를 보며 주식을 들고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법 하지만 결국 주가가 무한정 오를 것이라는 오류와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 혹은 투신 이외의 제3자의 매수는 상승장에 적절한 필요한 윤활유다. 외국인이 사지 않아도 오를 수 있지만 좋은 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틈을 이용해 다시 팔고 일단 손을 터는 쪽도 있다는 것 쯤은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