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사건 쫓는 증권기자 "이제 그만"

김세형 기자I 2002.11.05 17:50:35
[edaily 김세형기자] 증권시장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자고 일어나면 일이 터진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건의 연속입니다. 시장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가슴앓이 만큼이나 기자들도 바빠집니다. 증권부 김세형 기자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증권시장의 홍역치르기를 취재하면서 느낀 바를 정리했습니다. 여의도를 본무대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자는 대략 700명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주로 정치와 증권·금융 분야를 취재합니다. 다시말해 권력이동과 돈의 흐름을 취재하는 것이지요. 이들 기자 가운데 200~300명 가량이 주식시장을 취재합니다. 금융감독원을 비롯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투신권, 증권업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 그리고 외국계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는 해당 언론사의 경제부 또는 증권부 소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증권시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생각보다 많다고 느낄수도 있고, 적다고 판단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권을 취재하는 기자는 10년전에 비해 서너 곱 늘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 만큼이나 취재기자도 늘어난 셈입니다. 증권 출입기자의 수는 IMF 관리체체를 겪는 과정이었던 지난 98년 이후 증권시장의 활황과 더불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상황 설명이 다소 길었습니다. 기자는 증권업협회를 출입하면서 코스닥시장과 관련된 제반 상황을 취재합니다. 주로 매매 제도의 변화와 자금의 유출입, 그리고 시장과 종목을 움직이는 이런저런 변수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자의 경우 정치부 또는 경제부, 산업부, 사회부 등 어느 부서에 몸담고 있든 하는일이야 근본적으로 같습니다. 다만 취재대상이 다른 것이지요. 사족입니다만 과거에는 기자대신 독판(督判)이라는 직함을 썼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독판을 풀어보면 감독하고 판단한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기자 본인뿐만이 아니라 상당수 증권담당 기자들, 특히 코스닥시장과 연관된 취재기자들은 요즘 증권부 기자가 아니라 사건과 사고를 주로 담담하는 사회부 기자가 된 듯하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왜 상당수 기자들이 증권부기자가 아닌 사회부기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 만큼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굵직한 일들이 많이 터지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부연하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불공정 매매와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 때문이겠지요. 최근 두 세달 동안만해도 델타정보통신 계좌도용사건을 비롯해 유명 애널리스트 구속, 조직적 작전세력 적발, 대표기업까지 가세한 거래소 이전 러시, 대주주의 회사 자금 횡령과 그에 따른 부도, 사상최대라는 1조2000억원대의 사채업자의 가장납입, 그리고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RF로직 유통어음 사기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이 같은 사건은 결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습니다. 코스닥증권 기자실에선 최근 불공정협의를 받고 있는 등록업체의 임직원에 대해선 출입을 금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불신을 조장한 기업에 대한 기자들의 차별화 선언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지금도 많은 매체의 상당수 기자가 쥐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쥐잡기는 이곳저곳을 뒤진다는 은어입니다. 증권 담당 기자도 이곳저곳 뒤지며 수사기관과 감독당국은 물론 때론 작전에 몸 담았다고 주장하는 제보자 등 다양한 취재원들을 접촉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여러분들께서 신문들이 코스닥증권 관련 기획이나 특집기사들을 많이 봐왔을 줄로 압니다. "위기의 코스닥", "코스닥 이대로는 안된다", "코스닥 어떻게하면 살아날까" 등 다분히 교훈적인 어투의 특집이나 기획물이 대부분이죠. 관찰자나 평가자로서가 아니라 교훈자로서 역할에 더 적극적입니다. 최근 기자가 취재원에게 요즘은 사회부기자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했더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코스닥시장도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생각밖의 응답을 하더군요. 방송에서 주식시장 폭락한다고 연달아 두번만 톱으로 올리면 바닥이라는 경험적 진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가 봅니다. 계속 사건이 터지는 와중에 부도나 3진아웃제에 걸리는 등 강화된 퇴출규정에 따라 퇴출되는 기업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코스닥시장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코스닥기업중 상당수는 쓰레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은 멀고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는 사건성 기사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성 기사보다 증권부 기자 본연의 취재영역 속에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상황이 하루빨리 펼쳐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도 한결 나아졌을테니까 말입니다. 제자리찾기에 대한 바람은 기자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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