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금리가 낮더라도 투자 위험이 적은 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 경제가 냉각되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부동산과 주식 투자가 이익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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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민은행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가계 부문의 신규 예금 총액은 17조 9000억위안(약 3306조 1300억원)으로 전년대비 8조위안(약 ,1478조원) 증가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16조 6700억위안(약 3079조 7825억원)으로 전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SCMP는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저축을 선호하긴 하지만, 2022년부터 가계 부문의 신규 예금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10년 간의 추세를 크게 넘어섰다”며 “수백만명의 중국 중산층이 큰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 돈벌이 투자를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저수익·저위험 투자처인 은행 정기예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장쑤은행의 저장성 항저우 지점에서 자산관리자로 일하는 이블린 쉬는 “지난해 인민은행이 몇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음에도 많은 고객들이 프라이빗 뱅킹 상품에 대한 투자를 그만두고 양도성예금증서(CD) 3년물 투자를 택했다”며 “고객들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3.3% 수익률을 제시하는 3년짜리 CD를 사려고 다른 시·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과거에 쉽게 기대했던 연 5% 이상의 수익률에 대해선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를 까다롭게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및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의 300대 기업을 추적하는 중국의 벤치마크 CSI300지수는 2021년 1월 이후 38% 하락해 지난주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부문에서는 지난해 12월 70개 대도시 및 중형 도시의 주택 가격이 거의 9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판매된 부동산 총액은 2022년보다 8.5% 감소했고, 판매 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6.5% 줄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대표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말 세계금협회(WG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전 세계 금 소비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금괴 및 금전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280톤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년 전보다 수요가 10% 증가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금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 국립재정개발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득 증가 기대가 약화하면서 중국 가계가 적극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자산 중 예금 비중을 늘리는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하이 자오통대학교 산하 상하이 금융고등연구소의 우 페이 교수는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엔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대규모 수익에 익숙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며 “모든 사람이 (중국 경제에) 겨울이 왔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보수적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 있어 더욱 그렇다. 따뜻한 방에서 옷을 얇게 입고 있다가 밖으로 나가면 매우 추워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