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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우려에 체면 구긴 美국채…회사채보다 이율 높아져

장영은 기자I 2023.05.24 12:14:10

디폴트 시한 다가오는데 부채한도 협상 연일 불발
'만약의 사태' 대비하는 시장…국채 선호도 ↓
MS·J&J 등 우량기업 회사채 안전자산 대안으로 급부상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미 국채 대신 우량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정부와 의회의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MS는 우수한 재무건전성과 견조한 실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대표 우량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진= AFP)


◇우량기업 회사채, 美 국채 가격 추월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는 8월 8일이 만기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회사채 이율은 약 5%이며 지난주에는 4%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등 8월 6일 만기인 국채 이율(5.2% 이상) 보다 낮았다. 채권 이율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최근 몇 주 동안 존슨앤드존슨(J&J)가 발행한 11월 만기의 회사채도 비슷한 만기의 미 국채보다 낮은 이율로 거래됐다.

다음달 6일 만기가 도래하는 1년 이하 미 재무부 초단기 국채(T-bill) 금리는 이날 장중 6%를 넘기도 했다. 이는 통상 단기 국채의 금리와 연동되는 기준금리 5~5.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음달 1일로 예상된 미 정부의 디폴트 시점을 기점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 뛰었기 때문이다.

국채보다 낮은 이율로 거래되고 있는 MS와 J&J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무디스 등의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최상 등급을 받은 기업이다. MS는 현금 보유액이 1040억달러(약 137조원)에 달하는 데 비해 장기 부채는 420억달러(약 55조3000억원) 미만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J&J도 높은 현금 보유액과 낮은 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미 재무부. (사진= AFP)


◇국채 인기 주춤하자 회사채 발행은 ‘러시’

WSJ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 국채를 거의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AAA(최고) 등급의 회사채도 미 국채보다 이율이 높다”면서, 현재 시장에서는 미 정부가 채권자에게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기술적’인 디폴트가 발생한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부도를 내는 일까지는 없다고 해도,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리스크이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다

국채 투자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은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할 경우 단기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우량 회사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자 발행시장도 활기를 보였다. 레버드 코멘터리 앤 데이터는 지난주 신규 투자등급 채권 판매가 1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5월 총 자금조달액이 1250억달러(약 16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애플이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며,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도 만기가 다른 5종류의 회사채를 발행해 85억달러(약 11조2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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