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베트남 의류·신발 공장도 멈춰 세웠다

방성훈 기자I 2021.08.25 12:16:45

81명 그쳤던 사망자…두달새 8000명 넘어
신규 감염 하루 6000명…백신 접종률 3% 못미쳐
의류·신발 산업 공장 폐쇄…나이키·아디다스 등 비상
공급망 악화+원자재·물류비 상승…인플레 압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근 델타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멈추고 있다. 신규 감염자가 대거 발생한 의류·신발 공장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곳에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상품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급난이 악화했고, 원자재 및 물류비용 상승 등까지 겹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발·의류공장 밀집 지역서 신규 감염 급증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최근 6주 동안 델타변이 감염 사례가 급증하자 일부 공장들에 대해 폐쇄 및 현장 근로자 감축을 명령했다. 베트남은 지난 7월 1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망자가 총 81명에 그쳤다. 하지만 델타변이 확산 이후 사망자가 8000명 이상으로 늘었고, 감염자도 하루 평균 약 6000명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팬데믹(대유행) 초기 피해가 적었던 것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지난 14개월 동안 마을 또는 도시를 봉쇄하거나, 군대 막사 및 국영센터 등에 수만명을 격리하는 등 엄격한 방역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서방 국가들에서 수요가 높아지는 전자제품, 운동장비, 의류 등을 수출하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델타변이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델타변이 바이러스는 너무 빨리 퍼져 추적이 어려워졌고 베트남의 방역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백신 접종이지만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인의 약 16%가 최소 한 차례 백신을 맞았으며, 완전 접종 비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 감염 사례는 의류 및 신발 산업이 집중돼 있는 호치민시 인근 지역 등 남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물론 상당수 공장들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나마 가동하고 있는 공장들에 대해서도 근로자 감축 등 강력한 조처를 내렸다. 한 공장 관계자는 “거리 유지를 위해 근로자를 약 600명에서 150명으로 줄였고 3교대에서 2교대 체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비상…공급망 악화 심화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는 세계 각국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아디다스, 나이키, 크록스, 스티븐매든 등 베트남 생산에 크게 의존하는 서구 브랜드들, 특히 신발 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미국에 가장 많은 신발 및 의류를 공급하는 국가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신발의 30% 이상이 이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나이키를 비롯한 80개 이상의 신발 및 의류 제조업체들은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 산업의 안정성은 베트남의 안정성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베트남에 백신을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7월 초부터 모더나 백신 500회분이 베트남에 배송됐다고 했지만, 1억명에 달하는 베트남 인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크록스의 앤드류 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말 실적발표에서 베트남에 대해 “불행히도 그들은 이 나라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백신에 접근하거나 투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일시적인 공장 폐쇄가 예상되며 이는 공급에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과 다른 국가에서 대체 공급업체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 신발제조업체 울버린 월드 와이드의 마이클 스토넌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망 상황이 정말 고르지 못하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 생산을 중국으로 다시 이전했다”고 말했다.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 겹쳐…인플레 압력↑

일부 기업들은 화물 컨테이너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값비싼 물류 비용 등 재정적인 압박까지 받게 됐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경우 미국으로 제품을 들여올 때 25%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제품의 28%를 베트남에서 조달하는 독일 아디다스는 이달초 “7월 중순 이후 베트남 공급업체 공장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올 하반기 약 6억달러의 매출 손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공급 차질이 제품에 대한 강한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다”며 이는 가격인상을 검토할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지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과 신흥국들간 백신 불평등, 불균형한 백신 접종률 등은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백신 접종이 원활한 미국의 상품 수요, 백신 접종이 미비한 제조 국가 간 격차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태국 등 대다수 동남아 국가들도 베트남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앞서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지난달 태국 내 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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