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TMI]내가 산 금, 어디에 있지?

최정희 기자I 2020.08.12 11:00:00

금값 사상 최고치 찍고도 더 오른다 전망
日평균 거래대금 4배 급증.."100kg~200kg씩 예탁원 입고"

(사진= 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다 더 오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한국거래소(KRX)가 개설한 금 거래 시장의 거래대금도 연초보다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KRX 금 시장에서 금을 사면 부가가치세 10%가 면제돼 좀 더 싼 값에 금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시장 전체로 보면 금은 여전히 부가가치세 탈세나 재산 은닉을 위한 불법 거래가 많지만요.)

◇ 금, 올 들어 37% 가량 급등..거래 3~4배 늘어

KRX 금 시장에서 금을 사면 실제 현물인 금이 우리 집으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증권 계좌에 금 매입 얼마라고 찍히고 말죠. 팔면 오른 만큼 돈을 벌고요. 주식 사는 것과 같습니다. 증권사 통해 주식을 매수했다고 해도 별도로 주식 증서가 집으로 오진 않듯이 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내가 산 그 ‘금’ 실제 어딘가에 있기는 한 것일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식 등 전자증권을 보관, 관리하듯이 실물 금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실물 금이 없이는 KRX 금시장에서 금이 거래되지 않습니다.

금 상장 과정은 이러합니다. 금 수입·유통업자가 해외에서 금을 수입하거나 국내 생산업자한테 매입해 한국조폐공사로 보내면 순도 99.99% 등 품질 검사와 중량 검사를 하고 예탁원 일산센터 지하창고에 입고합니다. 수입·유통업자가 해당 금을 입고한 후 이를 매도하면 그때부터 KRX 금 시장에 상장돼 유통됩니다.

특히 올해는 금값이 폭등하면서 거래량도 급증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은 연초 들어 이달 11일(현지시간)까지 27.2% 올랐습니다. 6일(현지시간)엔 장중 온스당 2063.00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는데요. KRX 금 시장의 금 1돈(3.75g)도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30만원을 넘었습니다. 11일 기준 연초 이후로도 36.5%나 급등했죠. 하루 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각각 2331kg, 183억8000만원으로 1월(722kg, 42억6000만원)보다 서너 배 급증했습니다.

금값이 오른 만큼 ‘이 참에 내다팔자’며 금 공급량도 증가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수입업자들이 금 입고를 늘리고 있다”며 “입고량이 하루 평균 100kg~200kg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예탁원이 보관하고 있는 금의 규모도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극비 사항이라네요.



◇ 금, 예탁원이 실물로 보관..찾으려면 부가가치세 10% 내야

금은 정확히 말하면 예탁원 일산센터 지하창고에 보관돼 있습니다. 국가중요시설로 지하 1~5층 자동화 금고가 있다고 합니다. 스위스 중앙예탁기관(SEGA) 지하금고를 벤치마킹했고 지하금고의 철문 두께만 1m라고 하네요. 잠깐 구경만 해보고 싶다고요? 쉽지 않습니다. 지하금고에 가기 위해선 한 달 전에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종이의 집’을 보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털려고 하는데 며칠 씩이나 금을 콩알처럼 녹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게가 어마어마하니 훔치고 싶어도 옮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 금 잘 있나’ 궁금하시다고요? KRX 금 시장에서 산 금도 직접 현물로 찾을 수 있습니다. 금을 찾을 때는 금을 살 때 안 냈던 부가가치세 10%(금 수량의 10%)를 내야 합니다. 또 하나 조건이 있는데요. 찾으려는 금 수량이 100g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1일 시세로 따지면 771만7000원 이상의 매입분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네요. 그 금 찾자고 일산까지 가진 않아도 됩니다. 예탁원 본원이나 서울사무소도 있고요, 서울시 종로구 소재 예탁원 금지금인출 사무소에서도 찾을 수 있다네요. KRX 매매 개시 시점인 오전 9시에 체결된 거래분에 대해선 당일 오후 1시까지 금을 찾겠다고 인출 신청을 하면 당일 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금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데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경기가 불안할 때도,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화 공급을 늘려 달러화 약세 압력이 커질 때도, 경기가 회복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때도 `금`의 매력이 높다는 게 이유입니다. 미국 글로벌 인베스트먼트(US Global Investments) 최고경영자 프랭크 홈즈(Frank Holmes)는 금이 향후 3년래 4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올해 역대급으로 상승한 터라 더 오를 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죠. 다만 금에 대한 수요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다고 해도 예탁원 지하창고는 금을 더 보관할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넉넉하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 한국거래소 금시장 개설에 앞서 금공급업자가 골드바 17개를 경기도 일산 예탁결제원 금 금고에 입고하고 있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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