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보복?…진단키트·마스크 美수출길 막은 中

방성훈 기자I 2020.04.17 11:28:39

中 "품질 보증된 제품만 수출"…이달초 규제 도입
WSJ "마스크·진단키트·보호복 등 창고에 쌓여 있어"
"6~10일 지연 예상"…의료용품 부족한 美 초비상
中 생산 의료기기 전세계 40% 달해..대체 불가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기업들이 중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진단키트 등을 자국으로 보내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필요한 의료기기들이 중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이달 초부터 새로운 수출 규제를 도입한 탓이다.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기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이달 초부터 저품질·불량 제품이 수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중국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기 및 보호장비 등에 대해 해외 수출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물품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3M, 오웬스앤드마이너, 퍼킨엘머,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만든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진단키트 등이 미국으로 가지 못한 채 중국 내 창고에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퍼킨엘머는 현재 중국에서 생산된 코로나19 진단키트 140만개를 미국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3M은 N-95마스크의 경우 중국 상하이 규제 당국이 수출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차단했으며 일부는 상하이에서 사용하겠다고 압박했다.

GE는 중국에서 만든 인공호흡기 부품이 5일 동안 창고에 쌓이면서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등 공급망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외에도 오웬스앤드마이너의 마스크 240만개도 수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하이 푸동 공항의 창고에 묶여 있으며, 에모리헬스케어는 중국으로부터 10만개의 N-95 마스크와 4만개의 보호가운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국무부에 보고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용품 부족에 허덕이는 미국에선 비상이 걸렸다. 크리스챤 미첼은 일리노이 부주지사는 “매일 매일 적절한 보호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의료진은 코로나19에 노출된다. 현재 병원시스템의 새로운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새로운 수출규제 도입으로 미국으로 제품을 들여오는데 최소 6~10일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만에 대해 지난 15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중국에서 생산된) 의료용품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품질 관리 노력 및 수출 규제에 큰 도전을 야기했다”며 “중국 정부는 수출되는 제품들의 품질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WSJ은 “중국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막대한 생산능력 및 의료용품 수출을 통해 코로나19 발병국, 불투명한 통계 등에 대한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중국산 마스크와 보호장비 등의 품질에 불만을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의료용 마스크, 장갑, 보호 장비 등은 전 세계 공급량의 40%에 달한다. 이는 대체 불가능한 공급 물량이라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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