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년 전 가출 결심한 노라…2018년 지금의 의미는

장병호 기자I 2018.11.06 10:18:08

예술의전당 기획·제작 연극 ''인형의 집''
러시아 출신 유리 부투소프 연출 맡아
"원작의 도식적 태도 벗어나 의미 확장"
정운선·이기돈 등 출연…25일까지 공연

연극 ‘인형의 집’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고전 희곡이 원작이라고 공연 형식까지 고전적일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6일 개막하는 예술의전당 기획·제작 연극 ‘인형의 집’ 이야기다. 노르웨이 대표 극작가 헨릭 입센의 동명 희곡을 러시아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가 무대화한 이번 공연은 현대적인 연출 기법으로 관객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1879년 초연 당시 여성의 가출이라는 파격적 결말로 화제가 됐던 원작은 여성해방과 성평등을 환기시키는 문제작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도 내용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순종적인 가정주부 노라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인형으로,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살던 자신의 굴레를 깨닫고 가정과 가족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색다르다. 무대 위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원, 바퀴가 달린 침대, 워셔액을 담은 대야 등 각양각색의 오브제가 등장해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한다. 주인공 노라와 남편 헬메르 역의 배우들이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하는가 하면 장이 바뀔 때마다 출연 배우들이 현대무용을 방불케 하는 몸짓을 펼치기도 한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전막 시연회에서 부투소프 연출은 “여성해방을 다룬 작품이라는 기존의 도식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평등과 자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자 했다”며 “다만 작품이 담고 메시지와 의미는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파악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인형의 집’의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전막 시연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부투소프 연출은 러시아 바흐탄고프극장의 수석 연출가다. 34세였던 2007년 최고 권위의 연극상인 ‘황금 마스크상’을 수상했다. “일상적이지 않으며 특이한 텍스트의 구성과 깊이 있는 문제 제기”로 러시아 연극 번영을 이끈 연출가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2003년 연극 ‘보이체크’, 2008년 ‘갈매기’ 등을 선보인 적 있다.

부투소프 연출은 “‘인형의 집’이 처음 나왔을 때 혁명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은 것은 당시 여성의 문제를 이렇게 다룬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이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여성문제와 같은 고민을 삶에서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부투소프 연출은 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지길 바랐다. 그는 “연극은 지식을 전달하는 강연이 아니다”라며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에 담긴 의미를 내가 직접 설명하기 보다는 관객이 직접 보고 각자의 생각대로 느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부투소프 연출이 직접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노라 역에는 연기파 배우 정운선이 캐스팅됐다. 정운선은 노라의 대사인 “당신도 모든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겠다, 우리는 자유로워져야 한다”를 언급하며 “이 대사는 남녀를 떠나 인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말로 시대를 떠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단순히 여성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작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노라의 남편 헬메르 역은 국립극단 시즌 단원 출신 배우 이기돈이 연기한다. 이기돈은 “헬메르 역은 그동안 맡은 인물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역대급 캐릭터”라며 “소통하지 않는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지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우정원, 김도완, 홍승균 등이 출연한다.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인형의 집’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연극 ‘인형의 집’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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