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산업은행 출신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나가 있지만 복잡한 해양플랜트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송구스럽지만, 실질적으로 그렇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제 대우조선의 부실을 파악했느냐, 전혀 몰랐느냐’는 등의 정무위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3조2000억원 손실이 발생해 대우조선에도 해양 플랜트 이상 여부를 수 차례 물었으나 그쪽에선 1조1000억원 손실을 선반영해 대규모 손실이 날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5월 27일만 해도 대우조선을 통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으나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취임한 이후 6월 25일에서야 대규모 손실이 있음을 파악했다. 홍 회장은 갑자기 대규모 손실이 나타난 배경에 대해 “빅베쓰(Big Bath, 새 사장이 전임 사장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라고 보기 어렵다”며 “올해말과 내년 상반기 해양 플랜트가 상당 부분 인도돼 해당 원가를 추정하는데 더 용이해졌기 때문”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나 이러한 홍 회장의 답변 태도는 정무위원들의 공분을 샀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산은이 대우조선의 부실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하면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은이) 대우조선의 부실을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 회장은 “대주주로서 사전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대우조선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을 답변하는 과정도 논란이 됐다. 홍 회장은 “추후 책임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CFO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동료나 부하직원이 잘못을 했다면 회장이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수장으로서 쪽팔린 대답을 하느냐”며 몰아붙였다. 그제서야 홍 회장은 “산은 대주주로서 책임일 질이 있으면 저를 포함해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우조선의 1차적 책임은 대우조선 자체에 있고,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산은에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에선 산은이 자회사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로 산은 퇴직자의 재취업 문제가 지적됐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은이 부실 구조조정 기업을 계속 떠안으면서 부실 전담 기관이 됐는데 국민 경제 피해를 줄이면서도 부실 기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원천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부실을 나중에야 처리하는 것은 산은에서 파견된 퇴직인사들이 자회사 등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퇴직자) 재취업 문제와 관련해 전문성 등을 판단하는 기구를 새로 만들겠다”고 대응했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은 LNG선 등 특수선에 대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실물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상증자든 대출이든 다름 금융기관과 협업을 통해 재무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산은 등은 이달말까지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대우조선을 현장 실사한 후 재정 지원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홍 회장은 산은이 건설사, 조선사 등 제조업체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은행이 건설, 조선사를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구조조정 이유로 정책적으로 취득한 회사들을 재매각하는데 그 가치를 유지하면서 재매각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추후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