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전기화재 주범 ‘아크' 차단기 의무화해야

김형욱 기자I 2013.05.27 16:06:07
[고원식 전 전기안전연구원장] 지난해 말, 전라북도 정읍 내장사에 불이 났다. 불화 3점과 불상 1점이 소실됐고 대웅전은 전소했다. 소방안전본부의 분석 결과 전기난로에서 발생한 ‘아크(불꽃방전)’가 화재의 원인이었다.

고원식 전 전기안전연구원장
전기 화재의 대부분은 전기 아크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전기화재 9351건 중 73.2%인 6844건이 단락이나 접촉불량 등으로 발생한 아크 때문이었다. 흔히 전기 화재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과부하(1177건)나 누전(481건)은 상대적으로 적다.

배선이 노화하거나 멀티 탭을 이용한 문어발식 전기사용에 따른 과부하, 전선의 피복이 눌리면서 생기는 반 단선 혹은 접촉불량이 생기면 이 부위에서 스파크가 생기고 순간적인 온도가 1만~1만5000도까지 올라간다. 이는 순식간에 목재나 플라스틱, 먼지 등 주위 가연성 물질에 점화돼 큰 화재로 연결된다.

이 같은 위험요인은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화재 취약 장소인 다중 이용시설이나 재래시장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담요나 전기장판, 히터 등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아크가 발생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 같은 피해를 사전에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미국은 2002년부터 주택의 거실과 침실에 아크 차단기 설치를 제도화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전기안전규정(NEC)과 미국화재방재협회(NFPA),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안전규격인증기관(UL)이 등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1994~1998년의 전기 화재에 대한 원인을 조사했고, 그 결과 전체 7만3500건의 전개화재 중 6만900건(82%)이 불꽃방전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택 전기화재 중에서도 40% 이상이 이 때문이었다.

미국이 아크 차단기를 설치를 제도화한 결과 스파크로 인한 주택 전기화재는 40%에서 15%대로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 효과를 인식한 미국은 물기가 있는 부엌과 욕실을 제외한 주택 전체에 아크 차단기를 사용하도록 규정을 확대 개정했다. 오는 2015년부터는 제습기, 냉·난방기,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 가전기기에도 내부에 아크 차단기능을 탑재하도록 했다. 국제표준규격인 IEC에서도 주택에 아크 차단기를 내달 이후 공표할 예정이다.

아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스위치를 껐다 켤 때, 가전제품을 가동할 때도 스파크가 생긴다. 이는 통제 가능하며 필요한 ‘건전 아크’다. 미국 등지에 도입된 아크 차단기는 이미 건전 아크가 아닌 사고 아크만 차단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갖춰져 있다. 미국 UL 규격 주택용 20A 아크 차단기는 5A(600w) 부하에 아크가 발생하면 1초 안에, 10A 부하에서는 0.4초 안에, 20A에서는 0.2초 안에 차단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전기화재를 줄이기 위한 이런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10년 전부터 아크 차단기 제품이 출시돼 있지만 실제 적용된 것은 아크 경보기에 불과하며 그나마 소방관련 분야 일부에 시범 도입돼 있을 뿐이다. 아크는 발생과 동시에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보기만으로는 화재를 예방할 수 없다.

특히 정읍 내장사의 사례에서 보듯 문화재나 전통사찰 등의 전기배선 상태와 안전관리는 상당히 열악하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이 같은 시설의 대부분은 목조 건물인데다 삼림 지역에 위치해 있어 전반적인 설비에 대한 점검 강화와 개·보수는 물론 아크 차단기 도입과 같은 적극적인 전기화재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전기 화재 때문에 잃어버리고 있다. 철마다 끊이지 않는 화재를 막는 예방 대책이 필수를 넘어서 의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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