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제강업계의 철근 공급 중단 결정에 건설업계가 재고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일방적인 공급 중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7일 건설사에 철근 공급을 중단했다. 동국제강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제강과 대한제강, YK스틸, 한국제강, 환영철강 등 7대 제강사가 모두 건설사에 철근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제강업계는 철근 가격 협상 파트너인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 측에 지난 달부터 납품되는 철근 가격(고장력 10mm 기준)을 톤당 80만원에서 85만원으로 5만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건자회는 도급순위 30위권 이내 건설사 자재담당이 만든 모임.
그러나 건자회는 제강업계의 요구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5만원을 인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1만원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한다.
A건설사의 자재 담당 관계자는 "고철가격과 철근가격은 연동되고 있다"며 "올해 1월 고철가격이 1만원 떨어졌지만 철근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강업계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1월 고철가격 인하를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6만원을 인상해주게 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B건설사의 관계자는 "제강업계가 수익성이 떨어지고 불경기로 철근 수요가 떨어지자 건설업계에 이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제강업계의 영업이익률은 건설회사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기 영향 없지만..사태 장기화 우려"
건설업계에선 일단 당장 피해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기본적으로 2~3주 정도 재고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진행 중인 공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일부 건설회사들은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는 재고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다.
C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공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철근 수요가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제강업계와 건설업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D사의 관계자는 "작년 4월과 10월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제강업계가)가격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건자회는 이번 주 총회를 열고, 각 건설회사들의 현황을 파악한 후 입장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제철은 "30대 건설사들의 조직적인 제품대 입금 거부로 자금운영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격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세금계산서 수취를 거부하는 등 신뢰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철근 기준가격은 톤당 89만5000원이지만, 건설사 어려움을 고려해 그동안 10만원 정도 할인 판매해 왔던 것"이라며 "자체 감내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기에 할인폭을 축소하기로 하고 톤당 85만원으로 조정한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