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월마트 까르푸 등 전세계 대형할인점들이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로는 신세계 이마트와 농심 메가마트가 중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5박6일간 중국 유통시장을 취재하고 돌아온 산업부 피용익기자가 전합니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고들 합니다. 960만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과 13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갖고 있는 거대한 나라.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기록한 9%대의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인 나라. 이같은 외형만 보더라도 중국이란 나라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그야말로 무한해 보입니다.
특히 중국 유통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주목할만 합니다. 중국 소매업은 최근 5년간 매년 10% 정도의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4배 규모의 시장을 가진 중국의 소매업은 올해 약 6조2000억위안(800조원)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 소매업 중에서 기업형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한국의 35%와 비교한다면 성장여력이 큽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많은 유통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할인점만 해도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해 까르푸(프랑스), 로터스(태국), 메트로(독일) 등 다양합니다. 세계 최대 할인점 업체인 월마트도 곧 상하이에 진출할 예정이지요. 지난해말 중국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업체들의 신규진출과 사업확장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 유통시장의 전면개방 이후 국내 업체로는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 26일 신규 점포를 개점했습니다. 지난 1997년 국내 할인점으로는 최초로 중국에 점포를 연 이마트가 지난해 6월 2호점을 오픈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매장수를 3개로 확대한 것이지요. 이번에 문을 연 상하이 인뚜점은 매장면적만 4800평에 달하는 상하이 최대 규모의 할인점입니다.
신세계가 이마트 3호점을 개점하면서 유난히 강조한 것은 이번 인뚜점이 `중국에 오픈한 최초의 한국형 할인점`이라는 점입니다. 기존에 오픈했던 1·2호점과는 달리 지상 3층 규모의 단독 건물에 개점한 데다 제품 진열대 높이를 동양인 키에 맞추는 등 국내 이마트와 동일한 모습을 갖췄다는 설명이지요.
그러나 `한국형 할인점`이 내포하고 있는 더 큰 의미는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외국계 할인점들과는 달리 현지화에 주력한다는 점입니다. 이마트 1호점의 점장이 중국인으로 최근 교체됐듯이 각 점포가 안착되면 중국인 인력을 중용한다는 전략입니다. 중국인을 쓰기 위해서 인재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문화를 알고 이를 통해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마트 중국 점포의 판매상품 99%를 중국산으로 구성한 것도 현지화 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많이 가져다 놓아야 중국인들이 자주 오게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밖에 중국인의 주된 교통수단이 아직 자전거라는 점을 고려해 매장에 자전거 무상 점검·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이마트만의 특징입니다.
실제로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이마트 인뚜점 오픈 직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 1위 할인점인 월마트가 한국에 와서 겪는 똑같은 실패를 한국 1위인 이마트도 중국에서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이마트가 중국기업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 사장이 언급한 `월마트가 한국에 와서 겪은 실패`는 국내외 학계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을만큼 독특한 사례입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한국시장 실패 원인을 현지화 실패에서 찾고 있습니다. 까르푸의 경우 최근 대규모 인사를 통해 한국인 점장을 크게 늘려 월마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마트가 월마트의 한국시장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자세는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현지화만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유통업체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잉파워(Buying Power)겠지요. 이마트가 국내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건을 싸게 들여와 그만큼 싸게 판매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이마트의 바잉파워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마트 중국 3호점의 출발은 일단 순조로워 보입니다. 개점일 하루 동안 인뚜점을 다녀간 사람은 약 12만명. 이 가운데 물건을 구입한 3만여명의 구매액 총계는 250위안(약 3억5000만원)으로, 중국과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이마트 양재점의 주말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특가판매가 많은 첫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좀 더 두고 볼 일이겠지만요.
이마트 인뚜점이 오픈하던 날 한 중국인 주부는 "이마이더 쭈이 호우(이마트 상품이 최고)"라고 외치며 매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중국에서 이마트의 이름은 `이마이더(易買得)`. 즉 쉽게 사서 득을 얻는다는 뜻이지요. 이마트가 중국 대륙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선결과제일 것입니다. 월마트가 국내에서 이마트에 뒤진 이유 중 하나도 신선식품의 바잉파워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