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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 유포' 故이예람 중사 가해자 첫 재판…"명예훼손 아냐"

하상렬 기자I 2022.11.28 11:57:38

"성추행 거짓 신고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사실 적시 아닌 의견 표명…공연성도 없다" 혐의 부인
"부정적 인식갖게끔 발언…무고 행위" 특검 측 맞서
2차 공판기일 내년 1월 9일로…증거조사 시작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성추행 피해 사실을 거짓 신고했다며 고(故) 이예람 중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공군 중사 장모(25)씨가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5월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추모객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 심리로 28일 진행된 명예훼손 혐의 첫 공판에서 장씨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은 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고 공연성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장씨는 지난해 3월2일 이 중사를 차량에서 성추행한 뒤 동료 군인들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허위신고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9월13일 안미영 특별검사팀에게 기소됐다.

구체적으로 장씨는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를 당했다. 선배님들도 여군 조심하세요’, ‘이 중사가 내 행동을 받아줘 놓고 신고한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의 변호인은 “대화가 이뤄진 장소, 맥락 등을 종합하더라도 공연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기 어렵고, 성추행 사건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된 경위하고도 무관하다”며 “피해자를 무고할 생각으로 허위발언의 사실적시를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단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것 뿐이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장씨 측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이태승 특검보는 “피고인은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를 당했다고 표현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욕망을 위한 강제추행으로,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피고인의 발언으로 그 발언을 듣는 사람은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끔 했고, 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은 공연성도 인정된다”며 “군조직 특성상 전파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군부대 내부 숙소 등 주거공간이 한정돼 소문이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조직구성원 절대다수가 남성으로 이뤄진 조직 특성상 소수 여군의 부정적인 소문은 지대한 관심을 갖기 때문에 그 전파가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씨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의견진술 기회를 요청한 뒤 장씨가 피해자를 무고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내용 적절치 않으나, 신고 당할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자신의 의견을 낸 것”이라며 “무고는 해석범위를 넘어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 군인들도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치부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두 차례 인사조치 사정으로 소문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날 재판은 공소사실에 대한 양측 의견을 듣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증거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재판부는 장씨의 명예훼손 혐의 2차 공판기일을 내년 1월 9일 오후 2시로 잡았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 중사는 동료와 상관의 회유·압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2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중사 사건 가해자인 장씨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9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지난 9월29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특검은 지난 9월13일 100일간 수사를 마치고 장씨를 비롯해 2차 가해를 저지른 이 중사의 상급자, 공군본부 장교 등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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