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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싹 끌어 ‘2900억대 폰지사기’.. 잘나가는 척 등쳐먹었다

황병서 기자I 2024.07.03 12:00:00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총책 등 3명, 징역 10~17년
서울 은평 등서 사업가 행세…친인척 관계 범행 공모
피해자 주로 40~50대 女, 평균 피해금액 4.5억…최고 33억 달해
경찰 “경제적 살인 저지른 것…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투자 시 5% 이자’를 주겠다고 투자자에게 2878억원을 받아 1067억원을 빼돌린 일당 21명이 검거됐다. 친인척 관계 등으로 구성된 피의자들은 신규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받은 뒤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사기(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 A씨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모습(영상=서울경찰청)
잘 나가는 사업가 행세로 폰지사기 벌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광역수사단 브리핑룸에서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 송치, 중간모집책 등 1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을 모집하는 등 총괄 지휘했던 A씨는 사기죄 등 혐의로 처벌받았던 전과 8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5월 2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총책인 60대 여성 A씨는 징역 17년을, 50대 여성 B씨와 C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불구속 송치됐던 중간모집책 등 18명은 징역 6월~1년 6월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6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서울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 등)에서 오랜 기간 잘 나가는 사업가 행세를 하며 피해자 603명에게 접근해 약 2878억원을 받아 1067억원을 몰래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1811억원은 돌려막기를 위한 용도와 모집책 등을 불러 모으는 데 수당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자에게 ‘내가 운영하는 대부업체에 투자하면 카지노, 경마장, 코인회사 등에 재투자해 매월 투자금의 5%씩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본인의 친인척에게 차명 계좌를 제공하게 하고, 피해자들에게 명절 선물 등을 이유로 받은 상품권과 현금 등을 운반하게 하는 등 친인척들을 범행에 동원했다. B씨와 C씨는 자매 관계로 보험업에 종사하며 자신의 보험 가입자에게 접근해 보험 약관대출 등을 받아 투자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중간모집책들은 A씨 등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며 본인들이 피해자임을 가장하기도 했다.

범행 구조(자료=서울경찰청)
피해자 40~50대 여성…1인당 평균 피해금액 4.5억

피해자들은 주로 40~50대 여성으로 1인당 평균 피해금액은 4억 5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모집책 B씨와 C씨의 직업이 보험업 관련 종사자인 만큼, 이들과 접촉하기 수월한 40~50대 여성들이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33억원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경우 이들에게 보험 약관대출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담보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022년 11월부터 서울 시내 경찰서에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고소된 사건 42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투자금 모집 통장 등 184개 계좌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실체가 없는 투자처를 미끼로 신규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받은 뒤 이를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폰지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A씨 등을 지난해 10월 19일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공소제기 전 범죄수익의 처분을 막기 위해 A씨 등 재산 73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범행이 재산 범죄임에도 중형이 선고된 것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피의자들의 행위가 경제적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경찰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민생침해 사범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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