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내일부터 사실상 추석 연휴에 들어간다.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을 가지 못했던 국민들이 올해에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대거 고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석 민심의 화두는 무엇일까.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부동산 문제 등이 추석 밥상에 올라올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초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1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단연 관심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할 지 여부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추미애 전 장관 등 5명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8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2강 2중 구도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1·2위를 다투고 있고 홍 의원과 이 전 대표가 그 뒤를 쫓고 있다.
내년 대선도 역대 대선처럼 이들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대선일 6개월 전 여론조사에서 유력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사람이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선에 들어간 이들이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유이다. 국민들도 추석 밥상에 둘러앉아 누가 상대 정당의 후보와 싸워 이길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민심도 한 차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연휴 직후 25~26일에 민주당 호남경선이 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벌써 광주에 내려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의 핵심 기반으로, 여기서 승리를 한 후보가 항상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호남서 이 지사 우세, 이 전 대표 앞서는 결과도… 여론조사 들쭉날쭉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얻어 바로 본선으로 직행할지, 아니면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출신지인 호남에서 1위를 차지해 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가 정해질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들쭉날쭉하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이 지사의 우세를 점치고 있으나 지역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케이스탯리서치와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보진영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이 지사가 호남지역에서 40%로 1위를 달렸다. 그 다음으로 이 전 대표 33%, 추 전 장관 3%, 박 의원 2%, 김 의원 1%순이었다. 이 지사는 전주 대비 3%포인트 오른 데 반해 이 전 대표는 1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추 전 장관은 3%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전 대표의 급상승에는 같은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의 중도 사퇴로 인해 정 전 총리 지지자들이 대거 이 전 대표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조사에서 정 전 총리 지지율은 5%였다.
호남지역 일간지인 무등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3~14일 광주·전남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 포인트), 이 전 대표가 44.1%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사는 35.4%였고 추 전 장관은 5.1%였다. 1주일 전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43.1%로 이 전 대표를 6.8%포인트 앞섰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 ARS 조사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25~26일 열리는 광주·전남과 전북지역 경선에는 호남 권리당원이 20만명이 참여한다. 지금까지 이뤄진 순회경선 결과를 보면 권리당원들의 표심은 대의원과 달리 거의 민심과 일치했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막판 표심을 흔들 이슈는 이 지사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이 전 대표의 사면 발언으로 촉발된 정체성 논란이다. 이 지사는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수사를 자청하고 나섰고 이 전 대표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며 호남이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던지면서 동정론이 작동해 득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나 올초 사면발언으로 인한 정체성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호남경선에서 이 지사를 이겨야 결선투표가 살아날 수 있는데 바닥 민심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이 전 대표가 40% 정도 나오고 이 지사가 과반 전후로 득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윤 전 총장 하락세, 홍 의원 상승세 멈춰… 경선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국민의힘은 더 예측불허다.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줄곧 1위를 달렸던 윤 전 총장의 독주체제가 무너지고 홍 의원과의 양강 구도가 만들어졌다. 윤 전 총장이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박지원 국정원장이 연루된 여권의 정치공작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지지율 하락은 멈췄으나 홍 의원과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케이스탯리서치와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홍 의원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29%로 1위를 달렸다. 그 다음으로 윤 전 총장 24%, 유 전 의원 10%순이었다. 2주 전만 해도 같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22%로 1위였고 홍 의원 19%, 유 전 의원 10%였다. 그나마 여야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20%로 홍 의원을 6%포인트 앞섰다.
승부를 가를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6일 열린 후보들의 TV토론회가 오는 23일, 26일 연이어 열린다. 내달 8일 2차 예비경선까지 총 5번이 있는데, 여기서 후보들의 자질과 준비 정도 등이 드러날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고발사주 의혹의 진상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도 중요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윤 전 총장이 여기에 개입한 것으로 나오면 윤 전 총장이 중도에 낙마하는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온 홍 의원의 지지율이 변곡점을 맞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홍 의원은 여성과 60세 이상 고령층, 대구·경북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아직까지 국민의힘 핵심 기반인 대구·경북과 고령층에서 확고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홍 의원이 이를 돌파해내면 윤 전 총장을 제치고 대선후보를 꿰찰 수 있을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고발 사주 의혹이 여야간 프레임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윤 전 총장 하락세도 멈추고 홍 의원 상승세도 멈춘 것 같다. 윤 전 총장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중 두 사람이 본선 무대에 오를 것이다. 누가 추석 민심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