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23일 미르재단 전 이사장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초빙됐으나 비리 의혹이 커지자 지난 9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김 교수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것 없다”고 말했지만 최순실 및 차은택 영상감독과 관련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차 감독이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을 다닐 때 교수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날 K스포츠 재단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필승 이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김 이사를 상대로 최씨가 재단 설립 및 운영에 영향을 미쳤는지, 자금을 유용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했다. 검찰은 같은 날 K스포츠 재단을 담당한 전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고발했을 때만 해도 사건 배당에만 일주일이 걸렸던 검찰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불법이 있다면 엄정처벌’을 지시한 이후 수사팀 검사를 종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관련자를 잇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인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와 실무자 2명 그리고 재단 설립과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22일에는 출연금 의혹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문체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
법조계과 정치권에서는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발언을 토대로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배경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면서 논의과정을 거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연관된 재단설립은 문제가 없다고 상세히 설명한 반면 최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엄정처벌’을 강조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이 사실상 ‘청와대 뜻’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 재단설립과정 특혜, 기금 조성과정에서 청와대 압박 등 외부 개입여부를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권력형 비리 수사가 아닌 최순실씨 개인의 재단 비리 수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받은 검찰이 재단설립 과정은 놔두고 최씨 개인비리에 집중해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덱스포츠·더블루K·정유라 학사특혜…끝없는 의혹들
검찰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측근을 대거 투입해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과 자금 유용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K스포츠 재단은 현재 최씨의 딸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의 승마훈련지원을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K스포츠 재단의 현 이사장은 정동춘씨는 최씨의 단골 스포츠 마사지 센터 운영자로 알려졌다.
최씨 모녀가 지난해 7월 세운 비덱 스포츠는 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에 제안한 80억원 규모 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재단 자금이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을 받는다. 비덱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훈련을 받을 당시 묵었던 타우누스 호텔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설립한 더블루케이 역시 K스포츠 재단 자금을 독일로 빼돌리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더블루케이 독일법인 경영자이자 한국법인 이사인 고영태씨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고씨가 대표로 있는 ‘빌로밀로’가 제작한 핸드백을 애용했다.
또다른 의혹은 차은택 영상감독과 관련이 있다. 고영태씨의 소개로 최씨를 소개받은 차 감독은 이후 최씨를 등에 업고 문화관련 각종 국책사업을 수주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또 최근 차 감독의 측근이 대기업 광고까지 대거 수주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최씨의 딸은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과정에서 특혜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3일 최근 사퇴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최씨 모녀를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