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주공8단지 '나홀로 재건축'..왜?

이승현 기자I 2015.08.30 18:05:11

상계주공 아파트 16곳 중 재건축 첫 시동
PC공법으로 건축..안전성 문제로 조기 재건축 추진
8단지 사업계획 승인에 타 단지 기대감↑..호가도 올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상계주공아파트 16개 단지 중 유일하게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계주공8단지 모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중소형 아파트가 많이 몰려 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유일하게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단지가 있다. 바로 ‘상계주공8단지’다. 이곳은 지난 11일 정비사업계획안이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드디어 재건축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계획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용적률 293.51%, 지하 3층~지상 30층 1062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재탄생하게 된다.

상계동 일대 상계지구 내에 들어선 상계주공아파트는 총 16개 단지, 4만여가구에 달한다. 모두 1987~89년 준공된 곳으로, 지난해 9월 1일 발표된 정부의 재건축 연한 단축(40년→30년)의 수혜 단지로 꼽힌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오는 2018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에 계획안이 통과된 주공8단지 역시 1988년에 준공된 단지다. 하지만 이미 2003년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며 10년 넘게 ‘나홀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유는 주공8단지가 다른 단지들과 달리 조립식 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보통 아파트는 철근을 세운 거푸집(틀)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부어 뼈대를 세우는 방식으로 지어진다. 반면 주공8단지는 공장에서 미리 만든 철근 기둥·보·슬라브·벽을 가져와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PC공법으로 지어졌다.

이런 방식이 적용된 것은 아파트를 빠르고 싸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공8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1980년대에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8단지를 포함해 일부 아파트를 PC공법으로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공법은 안전성과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지금은 아파트 건립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공8단지도 건축 후 10년 만에 집에 물이 새는 등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고 2004년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이번 주공8단지 재건축사업이 가시화되자 인근 다른 단지들도 재건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공8단지 인근의 이금숙 이금숙부동산 대표는 “이번에 8단지의 사업계획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단지들에서도 ‘우리도 재건축할 수 있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몇몇 단지들에서는 주민들간 추진위 구성을 위한 모임이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공8단지의 아파트 가격도 사업계획안 통과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올랐다. 이 아파트 31㎡형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1억8000만원대에 거래됐으나 최근 호가가 2억원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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