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롯데가 인수전에 참가 안 한 것이 확인됐으니 우리도 발을 빼야죠.”
올해 초 신세계(004170)가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가했을 때 재계는 들썩였다. 유통공룡 신세계가 외연을 넓히기 위해 항공 등 비 유통 분야로 본격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금호 아시아나 간판이 곧 신세계 아시아나 간판으로 바뀔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얘기도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기대는 이틀 만에 사라졌다. 롯데의 입찰전 불참을 확인한 신세계가 더 이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재계 13위 규모의 신세계가 경쟁사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번 서울시내 면세점 2차 입찰전도 올해 초 금호아시아나 입찰전 때를 떠올리게 한다. 입찰 참여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한참 뜸을 들이던 신세계는 입찰 마감 사흘을 앞두고서야 입찰 참가를 공식화 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도 강남과 강북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지난 여름 내밀었던 강북 카드를 또 다시 내밀었다. 여론의 동향, 경쟁사의 움직임 등을 최대한 살핀 눈치작전의 결과물이다.
신세계의 이런 조심스러운 행보는 입찰 참가를 밝힌 후에도 계속된다. 지난 여름 그룹 모태인 본점 본관을 통째로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우겠다던 적극적인 모습과는 달리 본관과 신관 중 어디를 후보지로 내세울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의 조심스런 행보를 이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번 패배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하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눈치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찰전에 참가하면서 패배 이후 후유증을 생각하는 신세계의 행동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신세계가 인천공항과 부산에서 면세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사업 확장을 위해 서울에 꼭 입성해야만 한다면 눈치작전을 펼치기보다는 당당하게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 서울 입성 실패가 꼭 신세계의 체면을 깎아내리기는 등 부정적 기제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 입성에 대한 신세계의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고 이후 입찰 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약’이 될 수 있다.
패배를 걱정하고 전장에 나선 장수가 전투에서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실패 후유증을 고려한 조심스러운 행보는 신세계 면세점의 서울 입성을 더 뒤로 미룰 수 있음을 신세계는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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