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올들어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거래 규모가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기업간 M&A 거래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거듭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의 올해 1~2월 M&A 거래 금액은 3361억달러(약 358조원)에 달했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6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2562억달러)보다 31.2%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1~2월만 놓고 보면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M&A 거래 건수로 따지면 1550건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건당 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기업의 대차대조표가 건강한 데다 최고경영자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는 지난달 업계 2위 사업자 타임워너케이블(TWC)을 45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다국적 제약회사 액타비스는 미국 제약회사 포레스트래버러토리를 25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도 지난달 모바일 메신저 기업 왓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는 미국 2위 위스키 제조사 빔을 136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미국 관련 거래 책임자 마틴 쿠레는 “건강한 M&A 시장은 경제 번영을 뜻한다”며 “대규모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M&A를 타진하고 있는 회사들은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대형 M&A를 검토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경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버핏 회장은 미국 기업 중에서 매수 후보를 추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한에서 “미국이 성장한다는 전제 아래 베팅하면 거의 손해보지 않았다”며 “해외에도 투자하고 있지만 기회는 미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는 지난 1~2월 총 5690억달러 규모의 M&A가 이뤄졌으며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