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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박원순式 개발사업…서부이촌동 이어 구룡마을까지

박종오 기자I 2013.03.21 16:05:27

용산·구룡마을 등 '강제수용'에서 '주민의사 반영'으로
사업성 저하, 특혜시비등 부작용 막을 보완책 필요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서울시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추진됐던 대형 도시개발사업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 구역 내 주민들의 사업 찬반 의사를 다시 묻기로 한데 이어 공영개발 방식의 구룡마을 정비사업에서도 일부 토지주들의 주장을 반영한 보상안을 내놨다. 주민 의사를 최우선한다는 박원순 시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지만 사업성 저하와 특혜 시비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용산개발 늪 빠진 서부이촌동, 주민투표로 출구 열어

▲용산역세권개발이 추진되며 주민 간 입장차로 인한 갈등이 극심해진 서울 서부이촌동 전경
대표적인 사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서부이촌동이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서울시에 의해 개발구역에 강제 편입된 이래 거듭 갈등을 겪어왔다. 통합개발에 대한 지역 내 2200여 가구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의 해법은 ‘주민투표 재실시’다. 주민 의사를 재차 확인하고 구역별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개발계획에 반영해 갈등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다. 이미 서부이촌동은 주민 56.4%가 사업에 동의해 투표를 번복할 법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시는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를 통해 구역 내 대림·성원·동원·시범·중산 등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택가를 포함한 6개 구역에 대한 사업 동의여부를 다시 묻는다는 계획이다.

드림허브, 코레일 등과의 시기 조율을 거쳐 실제 투표가 실시되면 용산개발은 주민동의 여부에 따라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현재 대림·성원아파트 등 2개 단지의 이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과거 대림·성원아파트의 통합개발 찬성률은 39.49%, 32.73%에 불과했다. 파격적인 보상안이 없는 한 다수가 사업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개발구역을 정할 권한이 시행사에게 있지만 시가 인허가권을 쥔 이상 주민 반대가 많은 곳을 포함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며 “강변과 맞닿은 2개 단지가 제외된다면 수익성이 크게 낮아져 사업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구룡마을 개발엔 토지주 입장 고려한 ‘환지방식’ 도입

최근 강남구의 반발로 논란이 된 강남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시의 달라진 입장이 갈등의 근본원인이 됐다.

서울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은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에 의해 공영개발이 결정됐다. 시 산하 SH공사가 구역 내 토지주들에게 보상비를 주고 땅을 수용한 뒤 아파트 총 2750가구를 짓는 게 당시 계획의 골자다. 영세민을 100% 재정착시키고 투기세력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반영됐다.

▲지난 20일 신연희 강남구청장(사진 오른쪽)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환지방식을 추가한 시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강남구가 반발하고 나선 건 이 같은 방식이 일부 변경됐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며 사업 추진방안에 ‘환지방식’을 추가했던 것. 환지란 도시개발사업에서 토지주가 자신의 땅을 사업시행자에게 넘기는 대신 개발구역 내 일부 부지로 돌려받는 것이다.

강남구는 전체 사업부지(28만6929㎡)의 최대 18%를 지주 510명에게 돌려준다는 시의 방안이 개발이익을 노리고 지분쪼개기 등을 한 투기세력의 배만 불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공영개발을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환지 방식을 도입하지 않은 타 개발구역과의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시는 법적 하자가 없는 선상에서 재산권 보전을 거듭 요구해 온 구역 내 토지주들의 의사를 일부 수용해 준 것일 뿐 공영개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성보 시 도시정비과장은 “환지방식을 혼용한 건 과거와 같은 강제수용이 아닌 주민 의견을 반영해 사업방식을 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사업시행자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됐던 도시개발사업의 큰 방향이 달라진 결과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당장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은 애초부터 사업시행자가 사업구역 내 토지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하고 토지주 과반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는 전제 아래 추진되는 사업이다. 개별 주민들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박 시장의 철학과 근본적으로 모순돼 시의 사후적인 개입이 사업지연이나 사업성 저하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고, 특혜논란과 형평성 시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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