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현대重·미래에셋 총수일가 이사등재 '無'…권한만 있고 책임 'NO'

김상윤 기자I 2017.12.27 12:01:27

공정위, 재벌 지배구조 현황 발표
총수일가 이사등재 해마다 줄어
일감몰아주기 계열사에만 집중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등 8곳 총수들은 수십계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여전히 이사 등기를 단 한곳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과 미래에셋의 경우에는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도 없었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전형적인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 ‘자화상’이다. 대부분 총수일가의 이사등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대상 회사나 지주회사, 대형 상장사 등 총수일가의 이익 향상에 도움되는 ‘알짜회사’에는 등재를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외이사 비중은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들의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안건은 여전히 1% 미만에 머물면서 거수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외이사추천위 이사 등재만 노리는 총수일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2017년 기준 자산 10조원 이상의 26개 대기업 집단(계열사 1058개)의 지배구조 현황’을 27일 공개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매년 지배구조 현황에 대한 정보를 발표한다.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에 대한 세부사항,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분석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2017년 기준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율은 17.3%로 5년 전인 2012년(27.2%)과 비교할 때 10%포인트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부영(81.8%) OCI(66.7%) 한진(40.6%) GS(36.2%) 두산(30.4%) 순으로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높고, 현대중공업(0%) 미래에셋(0%) 한화(1.6%) 신세계(2.7%) 삼성(3.2%) 순으로 낮았다. 총수일가가 이사 등재를 피하는 이유는 연봉공개에 대한 부담과 함께 형사처벌 책임을 줄이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이사로 등재된 총수일가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반해 내부거래이사회 등에는 참여가 전혀 없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사외이사를 뽑는 데 실력을 행사하면서 이사회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지만, 정작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감몰아주기’ 관련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동열 기업집단국 공시점검 과장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내부거래는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총수일가가 내부거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게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직접 참여해 책임져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일가가 사외이사를 뽑는 데 영향력을 미친 만큼 사외이사의 ‘거수기’ 노릇은 여전했다.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은 여전히 1% 미만인 0.39%에 그쳤다. 통제 장치로서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거수기에 머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중투표제 도입 미미..있어도 ‘유명무실’

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화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등도 차츰 도입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투표제는 2014년까지는 도입한 회사가 단 한곳도 없었지만, 2015년부터 급증해 올해 기준으로 23.1%가 도입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의 경우 대부분(94.5%)의 회사들이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고, 도입한 회사(SK, 한화, 신세계, CJ, 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들도 ‘주주들이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독립된 사외이사 한명을 선임할 수 있어 총수일가의 견제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께 상법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과장은 “집중투표제의 경우 일부 도입은 하고 있지만 단 한차례도 실시되지 않는 등 제도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면서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상법 개정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