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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교수 산업은행 회장에 내정...금호타이어·대우건설 등 현안기업 수두룩

노희준 기자I 2017.09.07 10:53:00

신임 수출입은행장엔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내정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 내정에 이어 금융공공기관 인사 급물쌀

신임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에 내정된 이동걸(왼쪽)동국 교수와 은성수(오른쪽)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이데일리 노희준 최훈길 기자]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 후임으로 동명이인인 이동걸(사진) 교수가 내정됐다. 이 교수는 민간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교수와 함께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사장도 공석인 수출입은행장에 내정됐다. 전날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내정된 이후 금융공공기관 인사가 급물쌀을 타는 형국이다.

◇ 친박 이동걸→교수 이동걸로 교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를 임명 제청했다고 금융위가 7일 밝혔다.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친박’인사로 분류됐던 현 이동걸 회장은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4시 이 회장의 이임식을 연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구원투수로 등판해 대과(大過)없이 회장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돼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한때 제기됐다. 하지만 결국 ‘새술은 새부대’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 한 셈이다.

신임 산업은행 회장에 내정된 이동걸 교수는 1953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산업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거쳐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2003년 노무현 정부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가까운 ‘개혁성향’의 학자로 평가된다.

금융위는 이 교수에 대해 “경제·금융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왔고 금감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해 거시적인 안목, 정책기획 능력과 리더십 등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당면 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핵심 산업 및 성장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 주요업무를 속도감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매각 해결부터.. 대우건설·조선 등 ‘현안기업’ 수두룩

이 회장의 당면 과제로는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 수행이 꼽힌다.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PEF) 등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구조조정이 모두 산업은행 작품이다.

‘현안 기업’인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는 이 회장의 첫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년여를 끌어온 금호타이어 매각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현재 더블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추진 중이다. 채권단은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꾀했지만 ‘금호’ 상표권 문제와 더블스타의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에 직면하면서 기업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올초 법정관리 벼랑끝에서 2조9000억원의 ‘몰핀’을 맞고 응급실에 잠시 실려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및 매각이라는 지난한 과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외에도 매각이 추진 중인 대우건설 등 현안기업이 첩첩이 쌓여있다. 이 교수 취임으로 전반적인 기업 구조조정 정책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구조조정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거의 주도해왔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에만 열을 올리는 시중은행의 ‘전당포식’ 대출 관행에 브레이크를 건 상황이다. 이밖에 ‘낙하산 취업’과 부실 관리 등으로 오점을 남긴 비금융 자회사 매각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성장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도 그가 챙겨할 과제다.

한편, 신임 수출입은행장에는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내정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은성수 KIC 사장을 제20대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은 내정자는 한국투자공사 사장, 계은행(IBRD) 상임이사,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두루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유럽 재정위기와 신흥국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역임하면서 과감한 시장 안정 조치로 국내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기여를 했다. 수출은행장 자리는 최종구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이동하면서 공석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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