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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서명을 거부하며 의회에 보낸 메시지에 “유감스럽게도 이 법은 중요한 국가 안보조치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외교정책 조치에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우리 행정부 노력에도 반한다”며 “이 법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법의 많은 조항이 우리 군대를 미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반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대통령의 능력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위헌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방수권법은 매년 병력에 대한 인건비를 정하고 군사건설 사업, 항공기, 선박, 핵무기와 기타 국가안보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을 승인한다. 또 돈세탁 방지나 사이버 보안, 미 국경장벽과 관련한 항목도 포함한다. 올해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에 쓸 수 있는 예산을 제한하는 조항과 과거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출신 인사들의 이름을 딴 기지 이름을 바꾸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앞서 국방수권법은 하원에서 335대 78, 상원에서 84대 13의 초당적 지지로 통과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질책 성격을 띤다고 CNN은 평가했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나선 것은 공화당 내 입지를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부권 행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친정 의원들에게 도전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며 “그들에게 트럼프 자신에게 충성할 것인지, 아니면 의회 지도부에 충성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CNN도 “이 법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공화당 의원들을 극명하게 갈라놨다”며 “그들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과 나라를 위한 국방정책을 위한 입법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고 분석했다.
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위터에 “국방수권법이 59년 매년 연속 법제화된 건 우리 국가안보와 우리 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도 “미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 언론은 국방수권법이 3분의 2를 넘는 찬성으로 상·하원을 각각 통과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도 거부권 행사 무효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재의결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는 28일 예정된 거부권 무력화 회의에 하원이 복귀해 법안을 통과시키면, 상원은 29일 재정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