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의 의도를 시험할 시점’라는 사설을 통해 최근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對)북한 강경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NYT는 15일(현지시간) “북한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그보다 심각한 것은 예측 불가능한 북한 지도부가 언제라도 분노 혹은 실수로 핵 무기를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이라는 문장을 서두로 한 사설을 실었다.
신문은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임시로 중단하면 우리도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한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암묵적 위협”이라며 숙고도 없이 즉각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전세계 핵 확산을 제어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북한 핵개발을 막는 데 실패했다면서 “한 번 더 북한의 의도를 탐색한다고 해서 미국이 잃을 게 뭐가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NYT는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명분으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미국 행정부와 반대로 민간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새로운 제안을 진지하게 대응할 가치가 있는 진지한 제의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한 전문가는 북한이 정말로 미국에 군사훈련 중지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군사훈련은 협상의 여지를 마련하는 쪽으로 형식을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설은 북한 외무성 관리들과 미국 관리 출신 민간 전문가들 간의 만남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이들은 오는 18일 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반관반민 형태의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북한측에서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차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참석하며 미국 민간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 나올 계획이다.
NYT는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시기에 이런 사안을 후순위로 제쳐놓고 싶겠지만 핵무기는 북한의 위협 중 ‘가장 중대한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전략적 인내’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함께 북한이 스스로 핵 프로그램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새로운 핵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최근 저술을 인용, 북한은 그어느때보다 생존을 위해서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더욱 확신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대북 연료 지원을 지렛대로 그동안 북한 정부를 압박해왔지만 이는 단기적 전략으로 유효할 뿐 지속적 해법은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