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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빗 "서구 패권시대 종식..한국 성장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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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묵 기자I 2014.06.23 13:47:11

미래학자 존·도리스 나이스빗 부부 인터뷰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구는 전 세계 17%에 불과한 인구로 지구촌 부의 75%를 보유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 시대는 곧 끝납니다. 한국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많은 기회를 거머쥘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학 분야의 밀리언 셀러 ‘메가트렌드’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존 나이스빗 박사와 그의 학문적 동반자이자 부인 도리스 나이스빗은 “서구 중심 시대의 종말이 머지 않았으며 수많은 우수 인재를 보유한 한국이 중심에 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두 사람은 이데일리 주최 제5회 세계전략포럼(11~12일 그랜드하얏트서울) 참석차 방한했었다.

2000년 결혼 후 늘 같이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한국 격언을 몸소 보여 주고 있는 부부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서로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는 다정한 모습을 통해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메가트렌드’ 저자인 존 나이스빗(오른쪽)과 도리스 나이스빗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제 5회 세계전략포럼(WSF)’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교육열 높은 한국, ‘글로벌 남부벨트’서 가장 전도유망

인터뷰를 시작하자 존 나이스빗은 그가 저서와 강연을 통해 강조해 온 ‘글로벌 남부벨트’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글로벌 남부벨트는 북미와 서유럽을 제외한 아프리카, 남미, 동아시아 등의 지역을 가리키는데, 개발도상국가들이 많은 이 지역들이 장차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개념이다.

존 나이스빗은 “현재 세계에서 8000개 정도인 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향후 10년 간 1만5000개로 늘어날 것이다. 특히 새로 등장하는 매출 10억달러 이상 기업 중 70%는 개발도상국에서 나올 것”이라며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국가 중 하나로 경제 개방과 교육 개혁이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도리스 나이스빗은 “세계의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교육인데 한국은 이 점에서 아주 모범적인 국가”라며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를 제외하고 북부 아프리카를 보면 바뀐 것이 없으며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여타 국가들도 한국처럼 경제와 교육적 변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선 주입식 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적지않다고 반문하자 도리스 나이스빗은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걸 익히 들어 잘 안다. 하지만 서구식 교육 체제를 가까이서 관찰한다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서구 여러 나라의 경우 지역마다 교육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낮은 수준의 학교 교육은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세웠을 정도로 ‘중국통’인 존 나이스빗은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중국의 급부상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묻자 ‘새로운 기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존 나이스빗은 “어떤 변화가 오든 적응하고 맞춰 나가야 한다. 과거 미국에서는 인구 절반이 농업에 종사했지만 기술 발전으로 지금은 1%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성장으로 타격을 받는 사업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라. 중국은 임금이 상승하고 인구의 평균 소비가 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 커다란 시장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변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북한은 현재 우방이었던 중국에도 외면받은 채 점점 고립돼 가고 있는데, 과거 고립된 동독과 통일 문제를 풀어간 독일 사례를 참고해 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도리스 나이스빗도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통일은 1~2년 내에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정적으로는 서로 환영한다 해도 여러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장기적인 토대를 갖지고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T 혁명은 아직 지속 중..세계 지식정보 격차 좁혀

존 나이스빗이 일찌기 1980년대에 ‘메가트렌드’를 통해 전망한 정보사회, 휴먼테크, 네트워크형 조직 등의 구상은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스마트 IT 혁명에 상당 부분 힘입었는데 IT 분야의 변혁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여전히 보고 있었다.

존 나이스빗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오픈스쿨의 경우 MIT의 유명 강의, 교과 과정을 무료로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세계 1억5000만명의 학습자가 혜택을 입고 있다”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이 IT와 접목된 경우인데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주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들은 또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도리스 나이스빗은 “자녀 6명, 손주 15명을 두고 있는 부모·조부모 입장으로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 겪을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세상이 너무 비즈니스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성을 유지하면서 성공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스빗 부부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 명의 답변이 다소 미흡하다 싶으면 다른 한 명이 보완해 주며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한국에서는 부부가 사회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을 대개 꺼리는 데 그들에게 부부 간 공동 활동이란 것은 어떤 의미일까.

도리스 나이스빗은 “남편을 출판 관계로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 이 사람과는 일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었다”며 “물론 같이 책을 쓸 때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지만 그럴 때는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서로 질문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대부분 사람들은 부부가 책을 같이 쓰는 것은 ‘악몽’과도 같다고 하지만 항상 아이디어를 교환하고픈 사람과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남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존·도리스 나이스빗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메가트렌드’ 저자인 존 나이스빗(오른쪽)과 도리스 나이스빗이 인터뷰 도중 귓속말을 하고 있다.
1929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 태어난 존 나이스빗은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 미래학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현대사회의 거대한 흐름 변화를 정확히 예측한 명저 ‘메가트렌드’는 1982년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 팔리며 그의 대표작이 됐다. 이후 ‘메가트렌드 2000’, ‘메가트렌드 아시아’, ‘메가트렌드 차이나’ 등의 시리즈를 냈다.

미국 하버드대와 코넬대, 유타대 등에서 수학했으며 정치학과 인문학, 공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이스트만 코닥에서 임원을 역임하는 등 40년간 기업에서 활동했고 존 F. 케네디 정부 때 교육부 차관보와 린든 존슨 정부 때 대통령 특별고문 등 정부 고위직도 지낸 바 있다.

이미 지난 1967년부터 중국을 찾기 시작한 나이스빗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통’이다. 현재는 중국 톈진에 ‘나이스빗 중국연구소’(The Naisbitt China Institute)를 설립해 중국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도리스 나이스빗은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존 나이스빗의 저서를 독일어로 출판하는 일을 담당했다. 둘은 지난 2000년 결혼한 이후 함께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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