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委, 외환銀 M&A 입장변화 없다지만…

백종훈 기자I 2008.03.20 16:14:47

전광우 위원장 "지연 문제점은 검토" 미묘한 파장
국민銀 "인수역량 커져"…하나금융도 여전히 염두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법원 판결이 나야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건을 심의할 수 있다`는 기존 금융당국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매각 지연에 따른 문제점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004940)은 물론,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등 잠재적 인수자들도 새 금융수장의 이 같은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금융위원장 "문제점은 검토" 발언 무슨 뜻?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0일 취임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건은 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이어서 금융감독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데 큰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되면서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 발전에 어떤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금융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다양한 관측을 낳고 있다.

단순히 매각지연의 문제점을 한번 살펴보겠다는 것인지,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일부 문제점을 해결할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것인지, 또 경우에 따라 향후엔 기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화가 없으면 변화가 없다고 답하는데 그쳤을 것"이라며 "문제점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향후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얽혔던 외환은행 문제를 단번에 풀기는 쉽지 않다"며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감독당국이 미묘한 입장 변화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분할 매각엔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 입장에선 자유로운 경제거래를 추구하는 새 정부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과 법원판결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독당국이 론스타의 분할 매각을 은근히 바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법상 론스타가 개별 금융기관별로 10% 미만(비금융주력자는 4% 미만)으로 지분을 쪼개 매각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필요없다.

◇ 국민銀, 인수의지 전에없이 강조…하나금융도 계속 검토

국민은행(060000)은 계속 적극적인 입장이다. 언제든 기회만 온다면 M&A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지난 번 인수하지 못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며 "1~2년 전보다 자금력 뿐 아니라 시스템상으로도 외환은행 인수 역량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강 행장의 이 같은 발언취지는 계속돼왔으나, 주총장에선 더욱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론스타로부터 계약 파기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국민은행 규탄성명을 내고 "이미 인수가 실패로 돌아갔는데도 무책임하게 인수 희망의사를 꺼내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06년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추진때 강하게 반발해왔다.
 
하나금융그룹도 외환은행 인수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해 6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13.6% 일괄매각(블록세일)때 1%가 조금 못미치는 지분샀다. 당시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이 론스타에게 잠재적 인수희망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 CEO와 임원들은 그 이후에도 `항상 외환은행 인수전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한편 론스타와 HSBC는 지난해 9월 외환은행 지분 51.2%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론스타와 HSBC는 오는 4월말까지 승인을 얻어 7조6000억원의 가격에 외환은행 인수를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환카드 소송은 2심으로 넘어간데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사건은 연말에나 1심 재판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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