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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는 감사품질 하락의 이유로 3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지정감사제를 통해선 피감기업의 업종, 특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감사인을 선임하게 돼 감사인 적격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피감기업과 지정감사인간 매칭은 기업 규모와 회계법인 규모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뤄져 감사인이 전문성을 갖췄는지 고려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두번째로는 지정감사제로 감사인 역량이 하향 평준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중반 E&Y 회계법인은 미국의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감사인 의무교체제도는 특정 업종을 전문영역으로 개척해온 회계사들이 그러한 업종에 투입돼 높은 품질의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정감사제는 기업 부담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킨다고 했다. 기업의 규모, 거래구조의 복잡성, 업종의 특수성에 따라 기존 감사인 대비 투입되는 감사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감사보수도 늘어나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또 빈번한 감사인 교체로 인해 전기의 감사인이 검토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에 대해 신규 지정감사인이 과도한 지적을 하는 경우가 늘어 기업의 재무제표를 수정하고 주주 신뢰가 하락하는 문제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비적정 의견을 받는 회사가 늘고 있고, 감사의견이 변경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도 우리나라만 지정감사제를 도입해 기업의 불편과 감사품질 저하를 낳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영국 등을 언급하며 지정감사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1년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계개혁법을 제정하면서 감사인 의무교체제도 도입을 고려했으나, 감사 효율 저하로 인한 비용이 감사인 독립성 제고라는 편익을 초과한다는 판단하에 도입을 철회하고 자유수임제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감사인 의무교체제를 채택한 영국은 2021년 제한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논의했으나, 결국 도입하는 대신 공유감사제도, 회계법인 감독강화, 감독체계 개편 등 시장작용을 통한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EU도 의무교체제를 계속 운영중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기업들은 ESG 차원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작용이 큰 지정감사제보다는 내부고발 및 감리 강화, 감사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투명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