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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20일 발표한 ‘기술도입이 고령자 퇴직위험에 미치는 영향 연구’라는 제하의 BOK경제연구에 따르면 2015~2017년 사업체 패널과 고용보험을 결합한 자료를 이용해 3033개(2015년초 기준) 기업에 종사 중인 25~69세 근로자 96만2404명을 대상으로 기업별 기술 도입 후 3년간 근로자의 고용상황을 추적 조사한 결과 기술 도입은 전반적으로 근로자의 퇴직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기술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가 노동수요 증대 및 고용유지 효과로 나타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특정 기업이 기술을 도입할 경우 현 근로자들이 얼마나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기술 도입이 없없을 때와 비교했다. 1배보다 높으면 퇴직 위험이 높고 1배보다 낮으면 퇴직 위험이 낮은 것인데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고령자(50세 이상)의 퇴직위험은 0.88배, 청년층은 0.77배 낮아졌다. 연령과 관계 없이 기술 도입이 퇴직 위험을 낮췄지만 청년층의 퇴직 위험을 더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IT 관련 장비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도입할 경우 고령자의 퇴직 위험은 0.51배, 청년층의 퇴직 위험은 0.45배 낮아져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IT 관련 장비를 도입한 경우 퇴직 사유별로 따져보면 해고 등 비자발적 퇴직 위험은 고령자가 1.48배 높았다. 청년층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IT장비 도입시 기업들은 노동 수요가 줄어들 때 청년층보다 고령자를 내보낸다는 분석이다.
기술 도입이 모든 직종의 고용 유지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단순 사무직의 경우 자동화 기술 도입은 고령자의 퇴직 위험을 3.62배나 높였다. 청년층 대비 무려 1.3배나 높은 것이다.
정 과장은 “기술이 도입될 경우 기존 업무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며 “기업이 근로자에게 특정 교육을 받게 하거나 새로운 업무를 요구할 수 있는데 젊은 근로자는 앞으로 해당 기업에게 10~20년 장기간 일한다고 생각해 새로운 기술 교육을 받을 유인이 생기지만 정년이 얼마 안 남은 고령자는 새 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비용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기업에서 고령자에게 퇴직을 유도하거나 고령자가 바뀐 업무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자발적으로 퇴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이 갈수록 기업들은 기술 도입을 강화하는 반면 우리나라 인구 구조상 30년 후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50세 이상 고령층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50세 이상 비중은 2020년 33.1%에서 2050년 42.1%로 급증한다.
정 과장은 “인구 감소에 대비해 노동력 유지를 위한 정책 수립시 기술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근로자 연령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 도입시 고령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인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