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의 해결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신한금융지주를 향해 쓴소리를 잔뜩 늘어놓았다. 지난달 말 열린 ‘하반기 신한경영포럼’에서다.
디지털 격변기에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인재를 등용하고 이종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신한의 보수적 문화와 순혈주의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이 전 부총리의 지적이다.
◇ 위기 해결사 이헌재 “과거방식 더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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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총리는 그야말로 ‘위기 해결사’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으며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며 국내 경제를 진두지휘했다.
신한금융과 이 전 부총리는 인연이 깊다.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VIG파트너스 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 “신한이 언제 개방적이었나”‥은행 순혈주의 질타
이 전 부총리도 입에 발린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신한의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이 전 부총리는 강연 내내 “금융권이 손쉽게 장사했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 박자 빠른 변화를 촉구했다. 금융자원이 별로 없었던 시대에는 은행이 예대마진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았지만, 더 이상은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경고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플랫폼이 금융에 접목되면서 이종산업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졌다”며 “데이터와 신기술 확보를 위해 이종산업간 투자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곧 시작하는 마이데이터 시대는 고객과 채널, 마케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객을 지키기 위한 금융 플랫폼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흔이 훌쩍 넘은 경제계 원로의 눈에도 디지털이 촉발한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는 “신한이 기술금융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기술 기업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며 “이미 글로벌IB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벗어나 핀테크기업 인수 및 투자를 통해 기술기업으로 재편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개혁을 위해선 고통과 단절이 필요하다”고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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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는 디지털 금융변화에 더 속도를 내기로 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력하게 추진해 가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 리더십 평가에서 ‘디지털 리더십’을 추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신한금융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CEO는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조 회장의 강한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