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역시 이세돌, 기계 눌렀다

김유성 기자I 2016.03.13 19:23:2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기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직관이 결국 인공지능의 벽을 넘어섰다. 3연패를 당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던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이 13일 알파고를 이겼다. 인간의 창의성과 적응력을 보여준 것이다.

이세돌 9단
반대로 기계는 과거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혼돈을 일으켰다. 인간의 승리였다.

이날 대국은 접전이었다. 5시간 가량 이어진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어렵게 알파고의 기권을 받아냈다. 이 9단은 뚫리지 않을 것 같은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냈다. 알파고가 과거 학습하지 않은 수에 대해서는 오류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에 이 9단은 중반 묘수를 던졌다. 알파고가 바둑판 중앙에 구축한 집을 공격하면서 의표를 찌른 것. 이 9단이 놓은 의외의 수에 알파고는 실수를 연발했다. 현장 해설자는 “알파고에 버그가 난 것 같다”며 “인간인 이세돌 9단이 내민 ‘비틀기’, ‘의외의 수’에 기계인 알파고가 당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국후 기자 회견에서 이 9단도 “알파고가 의외의 수에 대해서는 약점을 보인다”며 “예상치 못한 수에 대해서는 버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류에 대해서 딥마인드 측도 인정했다. 아직까지는 알파고, 즉 인공지능의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초반 형세까지는 알파고가 유리하다고 계산됐으나 이 9단의 묘수에 상황이 바뀌었고 실수를 연발했다”며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 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알파고는 이제 프로토타입이다”며 “프로그램이 어떤 단점이 있는지 소프트웨어 테스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알파고는 오늘 실수했다”고 인정했다.

IT 업계에서는 이날 알파고의 실수가 너무 열심히 학습해서 불필요한 것까지 배운 오버피팅(Overfitting, 과적합)에서 나온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버피팅이란 데이터 집합에 담겨진 패턴이나 관계를 찾는 인공지능(기계학습)이 훈련 하면서 전체 모집단은 가지고 있지 않은 훈련 데이터 집합의 특징을 과도하게 해석해 발생하는 문제다.

이세돌 9단의 연패에 침울했던 바둑계도 환호했다. 바둑계 관계자는 “인간 직관의 승리”라며 “알파고에 적응한 이 9단의 다음 승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4차 대국이 이 9단의 승리로 끝나자 현장은 잔칫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세돌 9단도 이번 세기의 대결이 시작된 후 처음 웃었다. 현장의 기자들도 TV로 대국을 시청하던 국민들도 이 9단의 승리에 기뻐했다.

한편 알파고는 승패가 기운 상태에서도 이 9단을 추격하며 괴롭혔다. 인간이라면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겠지만 감성 없는 기계는 승자에 대한 배려를 몰랐다. 4시간 45분만에야 알파고는 흑돌을 던졌다. 승리확률 10% 미만이라는 자체 계산이 나온 직후였다.

기자회견중 활짝 웃는 이세돌(맨 왼쪽) 9단.


`세기의 대국` 이세돌 vs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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