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남기업에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법원은 국책공사에서 담합을 저지른 혐의로 경남기업에 벌금형을 내린 것. 입찰 담합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정부 공사 입찰시 6개월~2년까지 자격이 제한되며 입찰자격 사전심사시 신인도 평가점수가 감점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유환우 판사는 호남 고속철 건설사업 입찰을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경남기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코오롱글로벌·삼부토건·한라건설·남광토건에 각각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7개사는 지난해 호남 고속철 입찰 담합으로 검찰에 고발된 21개사 중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약한 곳이다. 이들은 8조원 넘는 대규모 철도공사 낙찰 시나리오를 미리 짜서 나눠 먹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었다. 법원은 노모(61) 전 삼성물산 상무에겐 벌금 3000만원, 조모(61) 전 삼성중공업 상무 등 건설사 담당 직원 6명에게는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유 판사는 “해당 건설사들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건전한 건설공사 사업 발전을 도모하려던 건설산업기본법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국가가 부담하는 호남고속철 공사대금을 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려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호남고속철’ 공사 입찰 담합을 주도한 건 현재 법정 다툼 중인 삼성물산과 GS건설, SK건설 등 소위 ‘빅(Big) 7’ 건설사다. 이들은 2009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를 13개 공구로 나눠 ‘1사 1공구 낙찰’ 형태로 최저가 입찰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1사 1공구제는 공사구역을 여러 공구로 분할해 건설사 한 곳 당 한 공구만 수주하도록 정한 제도다. 특정 업체가 공사를 몰아서 낙찰받는 것을 막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호남선 공사 입찰 소식을 접한 빅7 건설사 실무진은 그해 6월 무렵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모여 각사가 공사를 골고루 낙찰받기 위해 입찰을 담합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 공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사 21곳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고 이들이 낙찰받을 공구를 임의로 정했다.
우선 빅7 건설사로 구성된 A그룹, 한진중공업과 두산건설 등 5곳으로 이뤄진 B그룹, 롯데건설과 한라건설, 경남기업 등 9곳으로 이뤄진 C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전체 공사 구역 13개 가운데 A그룹에 5개, B그룹에 4개, C그룹에 4개씩을 미리 배정했다.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다른 공사 입찰 때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다른 건설사들이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을 물리고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리니언시)한 삼성물산을 제외한 20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서봉규)는 GS건설 등 빅7 건설사를 비롯해 건설사 14곳을 재판에 넘겼다. 담합을 주도한 삼성물산도 기소대상에 포함했다. 검찰은 범행 가담 정도가 약한 경남기업 등 7곳은 약식 기소했고 이들은 이날 벌금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