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장비 두고 의료계간 갈등 심화

이순용 기자I 2014.07.09 14:38:04

한의계, 의약품 의료장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
의협, 영업환경 나빠졌다고 무차별 영역 확대는 위험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의료계 곳곳에서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경기 침체로 의료기관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의료기기의 발달로 진료 영역이 겹치는 곳이 늘어나면서 ‘기득권’을 주장하는 의료계의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진료과와는 달리 마찰의 중심에 피부과가 있다. 국내 최대 소아한방네트워크인 함소아한의원은 최근 한의사들도 진단기기와 레이저는 물론 한약 유래 주사제와 의·한약 복합제를 비롯한 일반의약품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함소아한의원은 피부과에서 쓰이는 고출력 레이저인 ‘프락셀 레이저’를 매화침 레이저로 개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놓고 있다.프락셀 레이저는 피부과에서 흉터나 피부 미백치료에 쓰이는 전문의료기기다. 함소아한의원 측은 레이저기기를 활용해 한의원에서도 흉터나 미백 치료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혁용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한의계 내부에서는 진료범위를 확대해 의사와 한의사가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 레이저기기는 물론 한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사제의 경로를 피하와 근육 주사 뿐만 아니라 은행잎 주사·감초 주사·마늘 주사·셀레늄 주사 등의 정맥주사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함소아한의원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피부과의사회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유용상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의학과 의학은 수련과정이 다르다. 영상 진단만 하더라도 4년 이상 수련과정을 통해 전문지식과 임상경험을 쌓아야만 의료수준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며 “한방의 영업환경이 나빠졌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진료영역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도 성명을 내고 “레이저를 활용한 피부진료는 양방 피부과에서 오랜기간 축적된 임상경험과 최신 의료장비를 활용한 치료법”이라며 “단순히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를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은 의료인으로서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의료윤리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양방 내부에서도 갈등은 깊다. 치과에서 프락셀 레이저를 도입, 환자들에게 피부관리를 해주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해말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치과를 찾은 환자에게 미용 목적으로 피부 레이저 시술을 해온 치과의사 이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로 치과의사의 미용시술이 전면 허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의료계 전체가 격한 논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의사와 치과의사 간 보톡스·필러 시술을 놓고도 고발전이 한창이다. 의사들은 “치과의사들이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필러 시술을 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영역 침해”라며 해당 치과의사들을 고발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