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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戰)①승부처는 자금동원력

김재은 기자I 2010.08.13 17:02:02

현대차 vs 현대그룹 "신용등급을 보라"
현대차그룹, 현금성자산 현대그룹의 4배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은 예상대로 집안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현대그룹이 일찌감치 인수를 선언한데 이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범현대가 역시 현대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딜(Deal) 규모가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어급 매물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의 승패를 가르는 항목은 역시 자금동원력이다.
 
적기 채무상환 능력을 중시하는 회사채 보유자에게 대규모 자금이 동원되는 대형 M&A는 악재다. 사업확장에 드는 재무부담 때문에 혹시 회사가 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미 크레딧시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누가 이겨낼 수 있을지, 이후 등급 변화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한 계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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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AA+` vs 현대상선 `A` 4단계 아래 
현대차 그룹의 맏형인 현대차의 신용등급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최고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AA+`. 현대캐피탈 역시 동일등급이다. 신용평가사의 등급이 있는 현대차그룹의 주요계열사 가운데 비앤지스틸(BBB+)을 제외하면 모두 `A`이상이다.

반면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011200)현대엘리베이(017800)터는 `A`로 현대차보다 4단계 낮다. 이는 매물인 현대건설(AA-)보다도 2단계 낮은 수준. 현대로지엠은 BBB+에 머문다.

크레딧시장에서 신용등급이 갖는 의미는 크다. 단지 기업의 재무상태를 나타낼 뿐 아니라 등급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져 이자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

실제 올해 AA+인 현대차(005380)가 7월에 발행한 5년만기 회사채 3000억원의 금리는 연 4.91%였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현대엘리베이터(A)가 발행한 3년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연 7%로 2%포인트 이상 높다. 현대엘리는 1000억을 빌리는데 연간 70억원의 이자를 내야하지만, 현대차는 이보다 적은 49억원만 내면 된다. 또 현대엘리베이터의 만기가 더 짧은 것을 감안하면 동일 만기의 조달비용 차이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기준 민간채권평가 3사의 3년만기 회사채의 평균 금리를 살펴보면 현대차 등급인 `AA+`의 경우 4.47%에 그쳤지만,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와 같은 A 등급은 4.93%, BBB+(현대로지엠)는 10.71%에 달했다.

이를 기준으로 현대차와 현대상선이 각각 2조원씩 차입한다면 연간 내야할 이자는 각각 894억원, 986억원으로 현대상선이 92억원(10.3%) 많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BBB+인 현대로지엠이 2조원을 빌린다면 연간 이자는 2142억원으로 현대차보다 4배이상 과중하다.

◇현금성자산 현대차 4사 3.7조 ..현대 3사 1조 `밑돌아`

현대차그룹의 경우 3월말기준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4조원에 육박해 무차입 인수도 가능하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8755억원을 보유한 것을 포함해도 현금성자산이 총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자체 자금 조달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에서도 4배가량 격차가 있는 셈이다.

자체자금과 외부 차입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영업활동 등을 통해서 차입금을 얼마나 잘 갚아나갈 수 있느냐가 주요 관심사항이 된다. 이부분도 현대차가 앞선다.

영업익보다 넓은 수익개념인 EBITDA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현대그룹 3사의 EBITDA는 총 마이너스(-)1426억원이다. 핵심계열사인 현대상선이 2200억원이상의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의 EBITDA는 무려 4조원을 웃돌아 현대건설의 인수금액보다 많다. 기아차(000270)(2조909억), 현대모비스(012330)(1조6900억), 현대엠코(478억) 등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 모비스 등의 유동성이 좋고, 자금여력이 충분하다"며 "다만 M&A시 자금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어느정도 영업수익을 창출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대차와 현대상선의 주요 재무지표(자료:한신정평, 3월말 기준)

현대그룹의 경우 설령 재무적투자자(FI)를 잘 찾아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시점이 바로 현대그룹의 또다른 위기라는 평가다. 나라 안팎으로 부동산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 투자에 참여할 FI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풋백옵션 등 일정부분 손실보전 조건 제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 FI의 공동 지분투자와 함께 일정부분 외부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늘어나는 이자부담도 걱정해야 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대그룹 전체적인 유동성 재무구조 저하로 연결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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