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대통령과 참모·관료의 경제지침서, `김인호의 대통령 경제론`

이정훈 기자I 2023.04.04 13:27:32

경제수석·무역협회장 역임한 김인호 시장경제硏 이사장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동서고금을 통해 지도자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선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없다. 미증유의 복합적 요인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드리워지고 있는 현재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저마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그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때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 및 관료 등이 숙독해야 할 필독서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이념과 사상, 무지가 어떤 폐해를 낳는지 절감했다. 문 정부의 오도된 경제정책과 입법, 집행으로 한국경제의 기반은 뿌리채 흔들렸다. ‘대통령 리스크’를 목도한 시기였다. 이런 관점에서 작년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정상 궤도로 돌려 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장관급)과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한 저자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우국의 심정으로 경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생각하고, 적절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명제를 제시했다. 대한민국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온, 실물과 이론에 밝은 경제전문가로서 저자는 새 대통령의 경제적 사명, 시장과 정부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한국경제 위기구조에 대한 배경과 본질, 글로벌 환경 속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새 대통령의 재임 5년 동안 적어도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이해가 부족해 대한민국이 후퇴하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경제관료 30년, 경제 관련 협회와 단체에서 25년 총 55년의 경륜을 지닌 경제계 대표적 원로다. 기획과 설계, 제도화로 이어지는 정책 구현을 담당했고,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장관급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국가 전체 거시정책의 결정에 참여했다. 안정된 물가 시대를 구가한 1980년대 중반 경제기획원 최장수 물가국장 직을 맡았고, 소비자보호원장과 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시장경제연구원과 20년을 동행하면서 분쟁을 법적 경제적 다원적으로 접근해 합리적 처방을 도출하는 방법론을 개척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이 경제 운용에 대해 갖는 책임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론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제문제의 본질에 대한 개념적 구조적 이해가 없으면 국가의 최고 경제운용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이를테면 주변에 두어야 할 유능한 경제 참모를 찾는 일부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어설픈 경제지식을 갖고 ‘콩놔라 팥놔라’ 식의 만기친람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모든 분야에 대해 최상의 솔루션을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분야별 정책은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하고 맡기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추고 각 분야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를 등용해 정책을 펼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그간 국내에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리뷰나 평가는 더러 있었어도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져야 하고 경제정책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개진한 경우는 없었다. ‘김인호의 대통령 경제론’이 처음이다. 특히 이 책은 경제정책 입안 실무자로부터 대통령 최측근의 최고위 경제관료, 경제연구소와 경제단체를 두루 섭렵한, 실물과 이론을 겸비한 최고 수준의 경제 전문가가 체험을 통해 제언을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래서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참고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담고 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가깝게 보좌하는 고위 경제 관료와 경제 관련 보좌관, 경제정책에 관심 있는 학자, 언론인들에게도 충분한 시사점을 던진다.

저자는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치명적 자만’(The Fatal Conceit)에서 강조한 ‘정부가 완벽한 능력을 가졌다는 믿음을 버리는 데서 정부 정책이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볼 수 있듯 오도된 경제정책뿐 아니라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려는 데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믿음은 치명적 자만이라는 것이다. 선의의 목적을 가진 정책이 도리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무수히 많은 사례가 그 점을 입증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칼 포퍼의 말을 거듭 인용한다. 결국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좌파적 구호는 일견 선의로 보이나 그 종착지는 지옥이라는 설명이다.

새 대통령은 ‘왜 시장경제를 해야 하나?’는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나라치고 경제가 제대로 되는 나라는 없다. 흔히 시장경제가 효율성은 있으나 형평, 평등 차원에서는 사회주의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시장경제는 정부가 말로서 한다고 해서 되는 제도가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인식과 행태의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한국은 경제 모든 부문에서 시장원리에 의해 운영하기 위한 조건에서 문제가 있는 나라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결국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새 대통령은 ‘국가주의 경제사상에 종언’을 고하고 ‘시장으로의 귀환’을 이뤄 한국경제가 다시 정상적인 발전궤도에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그 일을 해낼 가장 파워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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