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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보좌관 11명 성추행…추파 던지고 부절절한 접촉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 대해 보복 조처를 했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검찰총장이 지난 3월 임명한 특검 활동 결과 확인된 사실로, 앞서 올해 초 제기된 전직 여성 보좌관들의 폭로에 따른 것이다. 특검측은 16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으며, 이들 외에 여성 경관 등 추가 피해자도 나왔다.
특검 조사 시작 당시 쿠오모 주지사는 7명의 전·현직 여성 보좌관들로부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179명에 대한 조사 결과 더 많은 피해자가 확인됐다. 보고서에 포함된 피해자의 수는 모두 11명이다.
제임스 총장은 “11명의 전·현직 보좌관에 대한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은 연방법과 뉴욕주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쿠오모 주지사의 집무실과 집에서 상급자의 위압에 의한 성추행의 희생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특검 수사를 이끈 준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은 “일부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고, 어떤 피해자들은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계속해서 들어야 했다”라며 “피해자 모두 굴욕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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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퇴해야(should resign)”…민주당에서도 ‘선긋기’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친정’인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며 쿠오모 주지사에게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나는 그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3월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당시에도 “혐의가 사실이라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성명을 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선 여성들을 응원한다”며 “나는 주지사의 뉴욕 사랑을 인정하고 주지사직에 대해 존중하지만 그(쿠오모)가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크리스틴 길러브랜드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 그레고리 믹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과 톰 수오지 연방 하원의원, 하킴 재프리스 연방 하원의원 등은 각각 쿠오모 주지사의 사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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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 조사결과 즉각 부인…“물러나지 않을 것”
쿠오모 주지사는 성추행 관련 혐의를 즉각 부인하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누군가를 부적절하게 만지거나 부적절하게 성적 접근을 한 적이 없다”라며 “사실은 보고서에 묘사된 내용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조사의 모든 측면에서 정치와 편견이 얽혀 있다”며, 이번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를 지휘한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차기 주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자신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4선 도전을 앞둔 쿠오모 주지사는 올해 초부터 성 추문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위기에 처했지만, 적극적인 코로나 대응에 대한 공로를 평가받으면서 지지율을 상당히 회복한 상태였다.
쿠오모 주지사는 “나의 행동으로 일부 여성을 불편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면서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적, 문화적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으로 지목받은 자신의 행동이 ‘친밀감의 표시’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또 성추행 혐의 외에도 쿠오모 주지사가 위압적인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면서 뉴욕주의 업무수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변호사 출신인 쿠오모 주지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냈다. 뉴욕주 검찰총장을 거쳐 2011년부터 3선에 성공하며 뉴욕 주지사로 재임하고 있다. 그의 동생은 CNN의 간판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이며, 아버지는 고(故)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다. 마리오 쿠오모도 3선에 걸쳐 주지사를 하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던 거물 정치인이다. 뉴욕엔 그의 이름을 딴 ‘쿠오모 거리’와 ‘쿠오모 다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