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 플라빅스가 국내제약사들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제2의 아스피린’이라고도 불리는 플라빅스는 국내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정도를 기록하며, 지난해까지 4년째 단일 품목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대형 품목이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올린 매출이 86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제약시장 규모와 맞먹는 금액이다. 세계랭킹은 2위.
특히 이번 플라빅스 사건은 사노피아벤티스가 승소한 미국과 캐나다와는 달리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제네릭사의 승리로 결론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소송에 참여한 국내제약사만 20개로 국내 제약산업 특허분쟁 역사상 가장 많은 업체가 연루됐으며, 국내사간에도 원고·피소로 대립되는 복잡한 사건이었다.
안 변리사는 5년여에 걸친 지루한 공방 끝에 플라빅스 특허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안 변리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국내제약사들도 적극적인 특허 전략을 구사하면 오리지널 제품의 허점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연장을 위한 에버그리닝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사노피아벤티스는 플라빅스의 원천특허가 이미 만료됐음에도 후속특허의 유효성을 주장했다.
동아제약, 삼진제약, CJ 등 국내사들은 후속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은 연이어 국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플라빅스의 일부 구성성분만을 바꾼 개량신약을 내놓은 한미약품, 종근당 등 국내사 몇 곳은 플라빅스의 특허 중 일부만 무효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국내사들간의 대립 양상으로 펼쳐지기도 했다. 국내 제약산업 특허분쟁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소송이 진행된 셈이다.
최종적으로 제네릭사들이 승소하게 됨에 따라 특허소송 과정에서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진 제네릭 제품 30여개는 가까스로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제네릭 제품들이 형성하는 시장 규모도 연간 1000억원 수준이다.
안 변리사는 "제네릭을 단순 카피약으로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은 특허분쟁을 단순한 특허침해 행동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과도한 특허권 남용을 방지하고 특허 이용을 도모하려는 국내사들의 적극적인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의 주요 전략은 `신약개발 또는 특허만료 후 제네릭 생산`이라는 두 가지 선택만 있었다"며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특허만료 이전이라도 부실특허를 발굴한 후 무효화 전략을 도모함으로써 제네릭을 생산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플라빅스 사건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안 변리사가 거둔 성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십수년째 고혈압치료제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노바스크의 특허를 대법원에서 무력화 시킨 장본인도 안 변리사다. 코자플러스, 엘록사틴 등 굵직한 특허분쟁에서 연이어 승소하는 등 지금까지 승소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알아주는 변리사다.
그는 지난 2000년에는 초코찰떡파이 특허 소송을 맡으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 노인이 기존의 초코파이에 찹쌀떡을 결합한 찰떡초코파이를 개발했지만 모 식품업체가 제품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 나서자 특허분쟁이 촉발됐다.
결국 `초코파이와 찰떡초코파이는 다르다`는 논리로 2005년 대법원에서 초코찰떡파이의 특허가 인정됐는데 이 사건도 안 변리사가 승소를 이끌어냈다.
연이은 승소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안 변리사는 "이길 가능성이 있는 사건만 맡으며 다양한 각도로 특허를 연구하면 충분히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다소 심심한(?)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변리사를 꿈꿔 왔던 것은 아니다. 비록 약대를 나왔지만 단지 약사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우연찮게 특허청에 입사해 특허심사관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인연이 됐다.
변리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대해 "재밌다"고 표현하는 안 변리사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전 세계 매출 1위를 자랑하는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소송건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이번에도 안 변리사 측의 승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노력으로 제약업체들이 특허와 관련된 인식이 성숙됐다는 점에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국내 제네릭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소영 변리사 약력
▲이화여대 약학박사 ▲전 서울의대 암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특허전문위원 ▲의약품법규학회 부회장 ▲외교통상부 FTA 전문가 자문위원(의약품 및 의료기기 분과) ▲ 안소영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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