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서더니 불과 일주일만에 배럴당 47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이러다간 배럴당 50달러선도 넘을 지 모릅니다. 유가의 고공행진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국제부 피용익 기자는 과연 지구상에 석유가 얼마나 묻혀있는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유가가 미쳤다(Oil price is crazy)".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의 최근 발언입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44달러에 근접했을 당시였지요. 그로부터 2주만에 유가는 배럴당 46달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푸르노모 의장의 말은 지금의 유가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그야말로 미친 듯 상승하는 유가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에 매장돼 있는 석유의 양은 얼마나 될까하는 것이지요.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과 더불어 석유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석유가 고갈되는 시점은 도대체 언제냐 하는 질문입니다.
미국의 에너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폴 로버트는 그의 저서 `석유의 종말(The End of Oil)`에서 "석유시대의 막이 오른 이후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한 석유는 8750억만배럴"이라고 지적하고 "세계 석유 매장량을 1조7000억배럴(미국 국립지질연구소 추정치)로 가정하고 석유소비가 연 2% 증가한다고 계산할 경우 오는 2030년이면 한계점에 도달한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에대한 반론도 거셉니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회사인 에니의 리오나르도 마우게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사이언스紙에 기고한 글에서 "석유 고갈론자들은 양치기 소년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석유가 처음 생산된 1800년대 이래 석유가 곧 고갈된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그렇습니다. 1880년대 스탠더드오일의 사장은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이란 우려에 회사를 헐값에 팔아버렸지만 석유는 이후 100년이 훨씬 넘도록 계속 나오고 있으며 석유 시추공은 오늘도 변함없이 땅을 뚫고 있습니다. 또한 1970년대에 글로벌 싱크탱크인 로마클럽은 2003년에 석유가 바닥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틀렸습니다.
석유고갈론의 맹점은 인류의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발견할 수 있는 매장량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장돼 왔던 원유자원도 채굴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지난 주말에 읽은 과학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 8월호에는 신기술로 인해 석유 채굴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소개돼 있었습니다. 현재는 매장량의 35%만을 채굴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기술발달 덕분에 50~60%까지 회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지요. 현실화된다면 석유고갈의 시기는 100년 이상 뒤로 늦춰질 것입니다.
그러나 석유를 아무리 많이, 그리고 오래 채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석유는 언젠가는 고갈됩니다. 석유는 리사이클이 불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죠. 인류가 에너지원을 석유에 의존하는 한 석유는 결국 바닥나게 마련입니다. 석유가 동이 나면 석유 소비량 세계 6위, 수입량 세계 3위인 우리나라가 받게 될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악마의 눈물`이라고 표현한 석유는 지금대로라면 우리 경제를 급속도로 위협할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고 아울러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입니다. 아니면 다음번 눈물은 악마가 아닌 우리가 흘리게 될테니까요. 미친 국제 유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