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이 같은 고육책은 재무 상황 악화로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자본금+적립금 합계의 5배)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커서다. 다만 연내 중간배당을 받으면 올해 말 기준 ‘자본금+적립금’이 늘어나 내년도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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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각 발전 자회사는 오는 14일까지 차례대로 이사회를 열어 중간배당 근거를 갖출 예정이다. 다만 중간배당액 규모가 연간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이어서 배임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관련 논의에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2조원대 중간배당은 요구받은 한수원은 올해 1∼3분기 1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한 차례 보류 끝에 이날 중간배당을 하기로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11일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이 가결됐고 내일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고 했다.
나머지 5개 발전 자회사는 올 들어 흑자를 내긴 했지만 흑자폭은 1~3분기 누계 기준으로 남부발전 2135억원, 서부발전 2800억원, 동서발전 3402억원, 남동발전 3576억원, 중부발전 4101억원 정도다. 한전 요구를 들어주려면 올해 영업이익을 모두 중간배당하는 것은 물론 회계상 배당가능이익까지 손대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정관 개정을 통해 중간배당을 위한 근거를 뒀어도 각 사가 구체적인 중간배당 액수를 정하는 단계에서 다시 한번 이사회에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정관 개정에 대해 산업부의 인가를 받은 이후 한전에서 구체적인 배당액을 요구하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결정하는 구조다.
실제 배당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각 발전사가 중간배당 결의를 하면 회계상 한전의 자산이 증가한다. 이에 한전은 발전 자회사들이 배당금 입금을 내년에 해도 회계상 배당 입금 처리는 연말까지 마쳐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배당을 반영해 자본금을 가능한 한 키워놓아야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가 늘기 때문이다.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이 결정되면 올해 한전 적자는 약 2조원으로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금+적립금’은 18조9000억원으로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는 94조5000억원이 된다. 현재보다 14조원 이상 회사채를 더 발행할 수 있는 셈이다.
한전의 중간배당 요구에 발전자회사도 울상이다.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한전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요구한 배당액 규모가 커서 부담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