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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수위가 차츰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자율규제단체 출범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과거 2008년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페이스북을 만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캐머런 윙클보스,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가 자신들의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 전반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단체인 가상상품협회(Virtual Commodity Association·VCA) 설립을 제안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Gemini)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트코인 가격이 120달러였던 지난 2013년초 당시 전세계 비트코인의 1%에 해당하는 12만 토큰을 사들인 덕에 자산가치가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말 억만장자 대열에도 오른 바 있다.
이들은 블로그 포스트에서 “암호화폐시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부족한 규제와 변화 필요성으로 인해 책임있는 금융 관리와 투명성, 사이버보안, 기록유지를 위해 광범위한 실행기준을 채택해야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각국 정부당국이 규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와 병행해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암호화폐가 전도유망한데다 미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거래에 대해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나서 자율규제의 틀을 마련해 가상상품 규제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이 시장의 성숙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윙클보스 형제의 제안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 의미있는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들이 SEC에 등록해야 한다며 등록 의무화 방침을 밝힌데 이어 각종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한 자금 조달 적절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암호화폐시장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IMF 블로그에 올린 ‘암호화 세계의 어두운 면에 대해’라는 글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을 뛰어넘어 많은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도와줄 흥미진진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같은 번영과 함께 따라올 위험에 대해서도 규제당국자들이 이해해야 한다”며 규제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IMF가 나서 글로벌 차원에서의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암호화폐는 국경을 넘어 거래되고 있고 있는 어떤 한 나라만으로 이 도전에 대응할 순 없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규제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