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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파이는 구글이 미국 3, 4위 이통사인 스프린트 넥스텔과 T-모바일 USA와 제휴해 내놓은 요금제이다. 스프린트 넥스텔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인수하며 한국에서도 유명해졌고, T-모바일 USA는 소프트뱅크의 인수 실패로 역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회사이다. 현재도, 도이치텔레콤이 T-모바일 USA의 지분을 약 66% 갖고 있다.
구글 파이의 혁신은 현재 이용자의 위치에서 가장 강하게 잡히는 네트워크를 자동 연결해 준다는 데 있다. 그것이 스프린트의 네트워크일 수도 있고, T-모바일의 네크워일 수도 있고, 와이파이일 수도 있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LTE 네트워크가 100% 전국망이 아니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3G나 2G일 수도 있고, 와이파이를 끌 수도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위치를 입력하면, 위의 그림에서처럼 LTE, 3G, 2G 커버리지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구글은 스프린트와 T-모바일과 전용 유심을 공동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도 하나의 휴대폰에 듀얼 유심을 꽂거나 하나의 MVNO(알뜰폰) 사업자가 여러 개의 MNO(통신사) 네트워크를 임대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어느 경우든 하나의 유심엔 한 사업자의 네트워크만 접속됐다. 이를 두고, 구글은 “network of network”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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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에도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 사에서 고고도 태양열 비행체(high attitude solar airplane)라고도 불린 헬리오스(Helios)를 만들어 통신위성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추락해 프로젝트가 중단된 적이 있다. 어쨌든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제3세계를 염두에 두고 통신망 우회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은, 인터넷 첫 경험자들에게 구글과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각인시키고 싶어서이다. 언젠가 콘텐츠와 광고 매출로 직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자들의 인터넷 전략은 가령, 알리바바의 중국에서의 MVNO 사업자 획득은 아직 구글의 인터넷 전략에 비하면 그 두께가 얇은 것이다.
구글 파이는 기존의 “통신망 우회 전략”이 아닌, “통신사와 직접 제휴”한 전략이다. 특별히 미국의 3위, 4위 사업자로 손을 잡은 것은 그들 통신사도 새로운 전략을 테스트 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로는 1위 버라이즌과 2위 AT&T와 경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는 파격적인 “가족 결합 데이터 프로모션 요금제”로 가격을 나름대로 파괴하고 있고, T-모바일의 Uncarrier 전략(탈통신사 전략)에 시작된 “약정 기간 중 신 모델 보상 프로그램”은 한국 통신사들에도 이식됐었다.
구글이 통신사와 직접 제휴해 풀어나가고 있는 “network of network” 전략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제4이통신사의 진출을 재모색하는 현재 시점에, 미래부는 의무사업자를 지정해 로밍(roaming)을 허용하고 접속료를 인하하겠다는 당근을 발표했다. 알뜰폰은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통신사에게 도매대가를 내고 빌려 쓰는 것이고(알뜰폰이 가입자에게 매월 받는 요금이 소매가인데, 통신 서비스를 통신사에서 도매로 사와 소비자에게 소매로 판매하는 것이다), 제4이동통신은 하나의 통신사로서 아직 전국망을 구축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접속료(타사의 네트워크에 접속한 비용을 내는 것으로, 지금도 우리가 서로 다른 통신사의 가입자와 통화할 때마다 통신사 간에 접속료는 발생한다)를 내고 의무사업자의 네트워크를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물론, 당장에 한국의 제4이통신사가 구글처럼 다수의 사업자 망을 자유롭게 연계해 쓸 수 있는 “network of network” 전략을 펼칠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 지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의 한 명의 통신 가입자로서 이번 구글 파이 출시에서 더 주목되는 것은, 구글 파이가 사실상의 “종량 요금제”란 것이다. 피쳐폰 시절, 우리가 사용한 요금제는 종량제였다.
1만원 초반대의 기본료를 내고, 그 다음부터 음성이든 문자이든 데이터이든 쓴 만큼 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음성/데이터/문자를 패키지로 제공하며 기본적으로 매월 동일한 요금을 내는 “정액 요금제”로 바뀌었다. 그러다, 카카오톡,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등장하며,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게 됐다. 그리고, 최근 데이터중심요금제가 나오며 음성조차 무제한으로 제공하게 됐고 사실 현재 한국의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에만 따라 기본료가 차이나는 요금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미국에서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사실상 데이터는 쓴 만큼 납부하는 종량 요금제를 낸 것이다.
구글 파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구글 파이 요금제와 한국의 데이터중심요금제를 간단히 비교해보며 된다. 구글 파이는 20달러를 내면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데이터는 1GB에 10달러이며 이 가치는 모든 데이터 제공 구간에서 동일하다.
현재까지 통신사의 요금제를 보면, 기본료가 올라갈수록 데이터 가치는 떨어졌다. 즉, 기본료가 낮은 요금제에서는 데이터를 비싼 가격으로 제공했고, 기본료가 높은 요금제에서는 데이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구글 파이의 더 놀라운 점은 당월에 데이터가 남으면 1MB당 1센트로 차감해, 당월 요금을 깎아준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가령, 한국 KT의 밀당요금제처럼 남은 데이터를 밀어주는 식이 고작이었다. 데이터 이월하기는 미국의 T-모바일에도 있었다.
이처럼 구글 파이의 요금제는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당월의 사용량과 예상 납부액을 별다른 UI 없이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통신이 이렇게 심플했던 적이 있었던가?”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구글 파이를 사실상의 데이터 종량 요금제라고 해도 이상함이 없다.
구글 파이나 미국의 다른 통신사의 요금제는 보통 데이터 1GB 제공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홈페이지 등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5GB 이상을 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1GB 또는 3GB를 권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이용행태를 보면 적절한 컨설팅이다. 헌데, 한국의 데이터중심요금제는 기본료 29,900(부가세 10% 제외)에서 음성?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나 데이터는 300MB를 제공한다. 그리고, 기본료가 올라갈수록 데이터를 더 낮은 단가로 제공한다. 구글 파이처럼 종량 형태가 아닌, 기본료에 따라 데이터의 가치를 다르게 매긴 정액 형태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로 통신사의 매출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기존에 음성무제한은 6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했는데 이번엔 2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음성은 많이 쓰되 데이터는 적게 쓰던 기존 6만원대 가입자들이 2,3,4만원대 요금제로 하향해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로 통신사는 2년 후 약 1,850원의 가입자당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헌데, 만약 최저 요금제에서 300MB가 아닌 1GB 내외의 데이터를 제공했다면 매출 손실은 더 커졌을 것이다. 통신사들의 보도자료를 보면 기존 음성무제한 요금제에서 300MB 이하의 데이터를 쓰던 가입자 비중은 최대 17.5%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1GB가 되면 그 비중은 더 커질 것이고, 그만큼 높은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제로 옮길 가입자 풀(pool)이 많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데이터는 음성과 달리 실시간으로 사용량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데이터 추가과금(기본량을 다 소진하면 추가로 부과되는 요금)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그래서, 실제 사용하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구글 파이 식의 종량 요금제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있다. 구글 파이에서는 덜 쓰면 1MB당 1센트를 환불해주지만, 더 써도 1MB당 1센트만 받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데이터 가치가 다른 정액 요금제 형태에서는 요금에 대한 불안이 늘 존재한다.
향후, 통신사 간에 다시 상품 경쟁이 벌어지면 데이터 가격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음성과 문자는 이미 무제한이기 때문에, 경쟁할 무기는 데이터 가격과 제공량, 그리고 데이터 관련 부가서비스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구글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 통신시장에 들어온다면 요금제 경쟁의 새로운 국면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서는 한 통신사에 예속돼 있는 가입자란 개념 자체를 흔들 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만의 하나”인 “만약에” 이다. 일은 관념과 이론, 분석을 따라가기보다 눈 앞의 상황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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