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만도 하다. 어려서부터 실패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던, 단돈 300원에 인수한 이름없는 항공사를 10여년만에 시가총액 2조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로 키워내며 `항공업계 신화`로 불렸던 그였으니 말이다.
그런 토니 페르난데스(50·사진) 에어아시아 회장이 거대한 위기를 맞았다. 162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국적 에어아시아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인해 그 역시 정신적 충격이 컸겠지만,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이번 시련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하는 한편 에어아시아 직원들에게도 굳건한 태도를 유지하고 항상 최고가 돼야 하며 모든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는 의연함을 보였다.
그러나 외신들은 인생에서도, 일에서도 제대로 된 위기를 맞은 적 없는 그가 이번 위기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러워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 이전까지 페르난데스 회장은 삶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인도계 아버지와 포르투갈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 명문 런던 정치경제대학을 졸업했다. `괴짜 경영자`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하는 버진그룹에 취업해 짧은 시간내 자회사인 버진애틀랜틱항공의 감사인에 올랐고, 말레이시아로 돌아와서는 워너뮤직 말레이시아법인에서 최연소 전무로 승진했다.
페르난데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난 2001년 9ㆍ11테러 직후 적자에 허덕이던 에어아시아를 4000만링깃(약 126억원)의 부채를 떠맡는 조건으로 단돈 1링깃(약 315원)에 인수했다. 당시 보잉 737-300기 두 대를 보유하던 이 회사를 사들이기 위해 저축한 돈을 모두 털고 살던 집까지 담보로 맡기는 베팅을 했다.
항공업계 전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 덕에 항공기를 빌리는 임대료가 반값으로 떨어졌고 정리해고된 많은 경쟁사 경력직원들을 싼 임금에 채용할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모토를 내걸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A320 여객기만 160대에 이르고, 전세계 120여개국을 취항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60억링깃(약 1조9400억원)에 이른다. 그 자신도 총 6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모아 말레이시아 28번째 갑부에 올랐다.
페르난데스 회장의 성공 비결은 단순함과 과감함이었다. 그는 비용 절감을 강조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줄 안다. 그는 늘 “우리에게는 경쟁사란 없다”며 “지금까지 비용 면에서 우리를 따라올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자신했다. 첫 국제선 취항때 모두가 말레이시아와 호주간 노선을 추천했지만, 그는 영국 런던으로 가는 노선을 택했다. 재산이 불어나자 자신이 좋아하는 포뮬러원 레이싱팀과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퀸즈파크레인저스를 단번에 사들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3월 같은 국적인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실종 당시 에어아시아 기내 잡지에 “우리 조종사들은 반복적이고 매우 철저한 훈련을 받기 때문에 비행기를 잃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글을 실었다가 거센 비난여론에 시달려 해당 글을 내리고 공개 사과했다. 지난달 방한 때에도 “우리는 땅콩을 그릇에 담지 않고 봉지째 내놓는다”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을 비아냥거리는 등 주변 시선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캐릭터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그런 따가운 시선을 맞딱뜨려야 한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페르난데스 회장의 이같은 장점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건으로 위축되는 일이 없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