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 투자, 소비 등 내수 확충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2월19일 강만수 재경부 장관 내정자)
"경제도 살리지만 내수도 살려야 한다"(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 정부가 경기부양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일까. 집권초 경기부양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안팎의 경제 여건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출 경기마저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내수 경기를 살리는 길이 유일한 경제 해법이라는 논리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정치권 논리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 "내수경기 살리겠다" 발언 잇따라
내수 경기 진작책에 나서겠다는 의중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17일 '워크숍'에서 "경제도 살 리지만 내수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경제는 중장기적으로 기초체력(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미고, 내수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19일엔 강만수 재경부 장관 내정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강 장관 내정자는 새 정부 경제 운영 방침으로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위해 투자 소비 등 내수 확충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규제의 최소화, 금융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노사관계 법치화 등 4대 원칙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위해`라는 발언은 지난해 대선 직후와 '온도차'가 있다.
이 당선자는 지난달 2일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성장률) 7%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정책은 쓰지 않겠다"며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같은달 11일에는 "몇 년 뒤 후유증이 나타날 정책 과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 내각, 총선 체제로 전환?
집권 초 경제 운용 방향이 이처럼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은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국내외 경제 여건 변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참여정부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 경기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촉발한 세계적 경기후퇴(리세션)로 '동력'을 잃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지형도도 경기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이 당선자는 국회 과반수 의석을 획득해야 향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실제 이 당선자측 내수 활성화 발언은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영어 공교육, 통신비 인하 대책 등 과욕을 앞세운 인수위 정책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으면서 표를 갉아먹었다는 인식도 한 몫했다. 여기에 인수위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처신까지 잇따르면서 집권 초 고공비행하던 지지율도 하락추세.
현재 이 당선자가 꺼내들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는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정책,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한 재정정책, 감세정책, 건설경기 부양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민간 전문가들 역시 단기적으로 이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 경기부양책 '전가의 보도'..부작용 우려
재정정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 운신의 폭이 넓다. 이 당선자도 지난 17일 "정부 예산을 한 10% 절감할 수 있 다"며 "절약된 예산이 신속하게 재투자가 돼야 한다. 그래서 경제성장에, 경기부양이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국내 경제 여건에서 정부 예산만으로 내수를 활성화시키기에는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세 정책은 이미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 인수위는 매년 1%포인씩 법인세를 인하 5년간 5%포인트를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금 부담이 줄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것. 앞으로 물가연동 소득세 등을 도입, 개인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대책이 나올 지 주목된다.
통화정책이나 건설경기 부양책은 좀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 통화정책의 경우 독립기관인 한국은행 소관인데다, 물가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건설 경기는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불안이 걱정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역대 정권에서도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인한 폐해가 반복된 바 있다.
노태우 정부 당시 금리인하와 통화량확대, 여신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4·4대책', 김영삼 정부 집권 초 '신경제 100일 계획',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규제 완화책과 양도세 완화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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