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일본서도 외국계 증권사 직원들은 최고의 엘리트로 평가된다. 그러나 요즘 상황은 좋지 않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9년래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계 증권사는 주식관련 영업을 폐쇄하거나 대폭 줄이면서 상당수 감원을 단행했고 자리를 보전한 직원들 역시 언제 해고통보를 받을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17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일본 외국계 증권사 직원은 1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말 네덜란드의 ABN암로증권은 일본 주식관련 영업에서 손떼기로 결정하면서 1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했다. 미국 메릴린치 역시 일본 지점을 대거 폐쇄하면서 1700명을 해고했다.
JP모건체이스와 크레디리요네, 크레디아그리콜앵도수에즈 등의 증권사들도 2차 감원을 실시했다.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연말 보너스 발표를 앞두고 직원들은 두려워하고 있다"며 "보너스 규모 때문이 아니라 관행상 해고대상 직원들에게는 아예 보너스 지급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업정보회사의 한 헤드헌터는 "이제까지 본 중에 고용시장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다"며 "2년전에 쉽게 취직할 수 있었던 많은 외국인들도 요즘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 해고되면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취업정보회사인 로버트월터스의 케빈 깁슨 이사는 "고객사중 일부는 이미 해고된 이들을 고용하기보다는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이같은 해고열풍에서 살아남았다면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전쟁이 가열되면서 능력이 있으면서도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게 깁슨 이사 설명이다.
증권업계 특성상 전문영역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도 취업난들 가중시키고 있다.
취업정보회사인 마이클페이지인터내셔널의 시몬 루이스 이사는 "예전에는 증권업계 내에서 업종전환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며 "그러나 현재 고용주들은 특정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 일반적인 은행업무를 수행한 경력만을 가진 인력은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헤지펀드 운영이나 주식투자 컨설팅과 같은 개인사업 운영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절망적이자 아예 업계를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년동안 애널리스트로 일했다는 한 해고 직원은 "파티는 끝났다"며 "활황장세가 다시 나타나려면 10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외국계 증권사들에 대해 노동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나서기도 한다. 최근 한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해고된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종종 사전통보 및 설명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동료중 한명이 취업당시 회사와 주식업무에 대해 장기적으로 고용하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취업한지 두달만에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증권사들과 법정 밖에서 합의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했다. 법적 소송 비용을 감안할때 외국계 증권사들이 감원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해고 직원들의 움직임에 대해 대형 증권사들은 좀더 교묘한 수법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소송이나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직원들을 한두명씩 감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