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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화, 입찰포기 위협..타깃은 "공자위"

문주용 기자I 2002.05.27 21:08:57
[edaily 문주용기자]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 끝내 "입찰포기"입장을 발표했다. 물론 발표문 곳곳에서 "조건부" 방침임을 드러내는 안전판을 깔긴 했지만 입찰포기 입장은 상당한 고심끝에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6월까지 시한을 제시한 마당에 한화의 입찰포기 입장이 당장 협상 중단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높지않다. 3년여 끌어온 협상작업을 이대로 손놓기에는 쏟아부은 정성이 너무 많고, 기업 신뢰도 추락이라는 상처도 적지 않다는게 한화측 생각이다. 결국 현재의 협상 지체가 정부보다는 비전문가 집단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탓인 만큼 이들에 대한 공개적인 대응으로 협상의 장애를 제거해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한화, 입찰포기 위협..타깃은 "공자위"="(공자위의)이러한 사항이 수정하지 않을 경우 입찰을 포기한다"고 밝힌 한화는 그동안 공자위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에서도 한화의 박종석 부회장과 이용호 전무 등은 "공자위 위원들이 경영학이나 법률을 공부해 (보험에 대해선) 비전문가들"이라며 "보험자산에 대해 복잡한 분석을 하는 전문가인 보험 계리사들의 가격 산정 결과를 놓고 비전문가들이 가격산정 기준일 변경을 요구한 것은 납득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자위의 실력을 무시하는 발언에 가깝다. 공자위원들중 일부는 한화를 깎아 내리는 평가를 외부에 수차례해 그룹의 공신력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한화 관계자는 "공자위원 중에는 자기보다 덩치 큰 것을 먹으려 한다면서 말이 되느냐고 핀잔을 주거나 한화종금등 부실기업 대주주로 공적자금을 받은 한화가 어떻게 대생은 인수하느냐고 시비거는 공자위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입찰의향서를 제출받을 당시 끝났어야 했던 자격 시비가 가격 절충안까지 나온 마당에 재연되는 것은 공자위의 비전문성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는 불만이다. 한화는 "만일 메트라이프가 매각협상 당사자였으면 국제관행을 벗어나 이렇게까지 했겠느냐"며 "공자위의 태도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대생 가격산정 문제없나 결국 한화와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들간의 인식차는 대생 인수가격으로 모아지고 있다. 매각소위 일부 위원들은 지난해 대상이 7000억원이상의 이익을 올린만큼 매각가격이 2조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다른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가 제시한 가격에는 지난해 9월이후 경기 호조에 따라 대한생명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미래가치 평가까지 반영된 것"이라며 "예보가 삼일, 틸링헤스트, 메릴린치에 용역의뢰해서 나온 가격이나 한화가 안진, 밀리만 등에 자문을 의뢰해서 나온 가격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해 9월 처음 압찰가격으로 7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9월 분기결산 자료를 토대로 가격 수정을 요구받고 1조500억~1조1000억원으로 올렸다. 공자위원 일부는 "입찰서에 1字(1조원)이 반드시 보여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부회장은 "대생의 자본이 3조5000억원인데 우리는 3조8000억원으로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마이너스였지만 3천억원 가량 자본이 부채보다 많은 것으로 평가해줬다는 뜻이다. 메트라이프는 마이너스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자위가 가격 산정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이익 7000억원"의 순도도 의심스럽다는게 한화측 시각이다. 예컨대 업계 최고인 삼성생명이 자산 60조원에 작년 이익이 1조2000억원 수준인데 비해 대생은 자산 23조에 이익이 7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익 계산에 뭔가 허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또 대생은 지난해 삼성생명이 금리 7%짜리 상품을 팔 때 대생은 7.5%짜리 팔아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당장은 실적호전이라는 성적표를 거뒀지만 앞으로 나빠질 소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화측 대응과 앞으로 전망은 한화는 자격시비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격을 갖추기 위한 준비도 준비인데다 금융서비스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믿어온 자존심까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한화가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레저의 경우 국내 최고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인수기업인 한화국토개발을 마침내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바탕에는 다른 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뛰어난 상품기획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프라자호텔은 국내 호텔중에서 톱클래스의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 분야에서 노하우가 있어 금융사업에 적합하다는 것. 한화는 특히 컨소시엄에 참여한 매커리를 통해 보험 분야의 상품기획력을 삼성생명수준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대생을 인수할 경우 그룹을 금융업 중심으로 발전해시켜나가고 대신 그룹의 다른 부분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룹을 금융업과 제조업을 완전히 분리하는 대신 제조업은 자체 역량으로 성장토록하는 대신 그룹의 총 자원을 금융에 쏟아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생 인수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6월이 지나면 대생 등의 구조조정작업이 정치일정에 따라 순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기매각을 통한 조기 정상화"가 시급한 대생이 매각지연으로 잠재적 부실가능성 증가. 내부의 도덕적 해이 심화등이 우려되고 있다. 정상화 비용이 늘어나 인수자체에 대한 회의감만 키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화는 이번 발표를 통해 대생인수협상의 데드라인이 6월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정부가 매각의사가 있다면 "자격시비", "매각가 산정기준일 변경"등을 주장하는 공자위를 설득시키든 배제하든간에 "6월안에 타결짓자"고 요구한 것이다.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기업까지 참여한 이번 입찰에서 "경기가 좋아져 팔 필요가 없어졌다"는 상황논리만으로는 입찰 중단을 결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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