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공중화장실도 막았네” QR코드 천국의 이면[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2.01 11:37:53

푸저우 관광지 공중화장실 급히 찾았다가 폰 인증
중국은 스마트폰 하나로 사실상 모든 일상생활 가능
그만큼 의존도도 높아, 개인정보 침해·범죄 우려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수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바이두 한 게시글에서 한 중국인이 스마트폰을 통해 공중화장실 앞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중국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사실상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한 나라다. QR코드 인증만 하면 식당이나 쇼핑 주문이 가능하고, 길거리에 있는 탕후루도 사 먹을 수 있다. 그런 QR코드의 나라인 중국에서도 “이건 너무하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1일 중국 소셜 플랫폼엔 명승지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에 갔다가 QR코드를 인증해 불편함을 겪었다는 사례가 나와 화제에 올랐다.

중국 푸젠성 푸저우 출신의 중국인 허씨는 푸저우의 한 풍경명승구(경관이 아름다운 지역)로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관광지에서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급히 이동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급한 허씨가 문을 살펴보니 화장실에 들어가려면 QR코드를 스캔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는 결국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QR코드를 스캔했고, 특정 페이지로 이동해 핸드폰 번호와 인증까지 마친 후에야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허씨는 “사유지라면 모르겠지만 공중화장실인데 왜 이런 QR코드를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관광객들에게 큰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아닌 노인들이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 할 때 이런 경우가 되면 당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씨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해당 관광지의 관계자는 “원래 화장실은 내부 직원만 사용했는데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개방하고 그 외 시간에는 문을 닫는다”며 “관광객 불편 문제를 인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가게에서 시민들이 웨이신을 통해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사진=AFP)


공중화장실 앞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스마트폰과 QR코드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상황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라는 시각이다.

중국 현지인들과 한인들, 여행객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중국에서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영어로는 위챗)이나 결제 앱인 즈푸바오(알리페이)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웨이신이나 즈푸바오의 미니 프로그램 또는 여러 앱 연동을 통해 내비게이션, 택시 호출, 음식점 예약, 배달음식 주문, 의약품 배달, 온라인쇼핑 등도 다 처리할 수 있다.

이들 앱을 통해 가게마다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인증하면 메뉴 주문부터 결제를 할 수 있다. 웨이신을 통해 계좌 이체를 하고 관공서 인증뿐 아니라 한국의 전입신고와 비슷한 성격의 주숙등기까지 처리한다.

QR코드의 활용이 너무 잦은 만큼 불편함도 존재한다. 간단한 결제나 인증을 할 때 핸드폰 번호를 적고 인증 번호를 받아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허씨의 공중화장실처럼 사소한(개인에게는 일생 일대의 중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사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 정보 침해 우려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하나를 통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생활이 사실상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되기 때문이다. 번호 인증을 통해 “내가 여기 있었다”고 알리는 효과까지 있다. 중국은 앱 연동이나 금융 거래 등이 쉬운 만큼 상대적으로 금융 사기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미얀마 등에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채팅 등 통신 사기 범죄에 대한 대처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에는 수천여명의 범죄 용의자가 중국으로 추방됐다는 보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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