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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 그리스 철도 사고는 인재…항의 시위 확산

박종화 기자I 2023.03.03 16:05:40

"계속 가도 되느냐" 물음에 역장 "계속 와라"
시민 수백명 부실한 철도 시스템에 항의 시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최소 57명의 사망자를 낸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가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열악한 철도·안전 시스템에 항의하는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한 여객 열차와 마주오던 화물 열차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로이터 통신)


2일(현지시간) 그리스 공영방송 ERT에 따르면 사고 구간을 담당하는 라리사 역장은 최근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다. 최근 공개된 교신 파일에 따르면 주행을 계속해도 되느냐는 기관사 물음에 역장은 “네온포론 신호등이 들어올 때까지 적색 신호를 (무시하라) 지나쳐라”고 지시했다. 기관사가 재차 확인했지만 역장은 “계속 가”라고만 했다. 역장이 언급한 신호등은 작동하지 않았고 두 열차는 점점 가까워졌다. 마지막으로 기관사가 ‘(대피선으로) 회차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역장은 선로 유지를 지시했다.

결국 사고를 피할 기회를 놓친 두 열차는 결국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리스 소방당국은 2일 오후 7시까지 승객 약 350명과 승무원 20여명 가운데 57명이 죽고 56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열차 두 량이 완전히 찌그러질 정도로 충격이 컸던데다 열차 내에 1200℃에 이르는 불이 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통상적인 방법으론 사망자의 DNA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구조대 관계자는 “생명을 구하는 대신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현지 언론은 역에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거리에서 두 열차가 마주 달렸는데도 역장이 조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고를 초래한 역장의 경력이 한 달이 안 됐다는 점도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이번 사건을 “비극적인 인재”라고 인정했다.

이런 과실에 대해 그리스 국민은 반발하고 있다. 아테네 시민 수백명은 부실한 철도 시스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정부는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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